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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망하면 노후 어쩌죠”…상속법 개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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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영 기자

승인 : 2013. 05. 17. 14:06

배우자 사망 후 상속재산 분할, 노년 배우자에겐 ‘빈곤의 길’

 
#남편과의 사이에 2남1녀를 둔 전업주부 김 모씨(63·서울 은평구)는 3개월 전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그런데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자녀들이 각자 자기 몫의 상속분을 주장해왔다. 남편이 남긴 재산은 김씨가 거주하고 있는 시가 5억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 우리 상속법은 가장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와 자녀들이 각각 1.5와 1의 비율로 재산을 상속하도록 규정한다.

법정 상속분에 따르면 남편이 남긴 재산 5억원 중 김씨의 몫은 1억8700여 만원. 이는 김씨가 아파트를 팔아 자녀들과 상속분을 나누고 나면 전셋집 한 채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액수다. “자녀들은 젊어 직장에라도 다니지만 전 이제 어떻게 먹고 살죠?” 김씨의 시름은 깊어져만 갔다.

배우자와 사별한 후 상속 분할로 인해 갑작스레 남은 배우자가 빈곤에 빠지는 상황이 적지 않아 상속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행법이 규정하는 배우자의 상속분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최대 절반까지 가져갈 수 있는 이혼 과정에서의 ‘재산분할’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은퇴연령층 중 배우자가 있는 은퇴연령층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43.0%였지만 배우자가 없는 은퇴연령층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71.5%에 달했다.

은퇴연령층이 아닌 일반 가구의 경우도 격차가 심각하다. 통계청의 같은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전체 연령대에서 부부 양쪽이 함께 사는 가구의 평균 빈곤율은 14.8%에 불과한 반면 배우자와 사별한 가구의 빈곤율은 47.3%에 달했다.

이는 이혼상태인 가구의 빈곤율인 36.0%보다 12.3%p나 높아 배우자의 사별과 동시에 빈곤층으로 접어드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연령별로 비교해도 국내 전체 가구 중 배우자가 사망하기 시작하는 연령대인 70대 이상이 가구주인 가구의 빈곤율은 54.5%로, 가구주가 30~39세인 가구의 빈곤율인 8.7%의 6배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배우자의 사별과 동시에 남은 배우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이유가 민법이 규정하는 상속비율 중 배우자 상속분이 지나치게 낮아서라고 지적한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 1부장(상담위원)은 “노년으로 접어들어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배우자의 사망으로 갖고 있던 재산을 분할하고 나면 남은 배우자는 갑작스레 빈곤층으로 접어든다”며 “현업이 있는 자녀들과 달리 노년층은 새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자녀들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 상담위원은 이어 “이혼을 해도 기여도에 따라 배우자 명의로 된 재산을 최대 절반까지 분할할 수 있는데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함께 한 배우자의 재산 상속분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보다 지나치게 낮은 점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 때문에 지난 2005년 이계경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배우자 일방이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가 혼인 중 취득한 재산에 대해 기여도에 따라 분할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부재산제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2006년에도 법무부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을 확대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법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지만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된 상황이다.

조 상담위원은 “과거 두 차례 무산됐던 상속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정치권과 논의를 하고 있으며 관련 토론회 등을 개최해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속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견해도 있다.

가사·이혼소송 전문가인 류창용 법무법인 정암 변호사는 “배우자의 상속분을 일률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의 상속법 개정은 자녀들과 한쪽 부모가 재산을 형성한 후 뒤늦게 새로운 배우자가 가정에 합류한 재혼가정 등의 경우 오히려 자녀들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실제 배우자와 자녀들 간에 상속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천차만별인 만큼 만약 상속법을 개정하더라도 일률적으로 배우자의 상속분을 높이기보다는 개별 가정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상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규정을 세분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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