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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투세, 아예 없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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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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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경영학박사·SDMI 고문
국내 1500만 개인투자가들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금투세의 폐지와 시행 연기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직 확실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년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증시의 입장에서는 금투세 부과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의 재산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민감한 민생문제다. 열악한 주식시장 환경을 가진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금투세는 아예 없는 편이 낫다.

금투세가 갖는 다면성 때문에 금투세는 입법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한 민생 사안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예를 들어 금투세 부과 여부는 단순히 '부자 증세' 혹은 '부자 감세 방지' 등과 같은 단선적인 하나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주식투자가나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세금 부담이나 불필요한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 금투세의 신설도 새로운 세금 부담이자 규제로 작용한다.

왜 현행 금투세의 시행을 연기하기보다는 폐지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금투세 도입에 앞서 주식투자가는 물론 기업금융 전문가와 세제 전문가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설득과정이 있어야 했다. 왜 금투세 도입이 필요한지, 기대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세밀히 따져 보고 그 결과를 두고 국민과 세밀한 소통을 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이 없었다. 이러한 소통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새로운 세금의 도입은 국민적 조세저항만 야기하게 된다.
사실 금투세의 부과가 소위 '부자감세 방지'에 일조한다고 할지라도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금투세 시행과 관련한 비용편익 분석을 해 본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편익보다는 비용이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석을 해봤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금투세율이나 적용대상 그리고 법 시행시기 등을 정하기 전에 투자자의 행태 분석과 민감도 분석(sensitivities analysis)이나 시나리오별 비용·편익분석 등을 통해 증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기대효과를 최대화할 대안을 찾는 게 필요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둘째, 금투세로 정치권 일각에서 강조하는 '조세 정의'가 실현되는지도 불확실하다. 주식투자는 위험 투자다. 수시로 발생하는 투자이익과 투자손실을 상쇄한 순투자이익을 기간을 정해 과세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로 조세저항을 불러오기 쉽다. 또한 대주주나 소유주들은 주식거래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금투세로부터는 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금투세가 부자감세 방지에 별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셋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도 금투세 시행은 그들에게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금투세 시행은 주식투자의 순(純)수익률을 하락시킨다. 이로 인해 투자가들은 주식 대신 수익률이 높은 다른 투자 대상을 찾거나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러한 대체 투자가 어렵게 되면 주식투자가는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거나 기업의 위험투자를 줄이도록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넷째, 다른 나라들이 금투세를 시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한 주장이다. 금투세는 금융 및 주식시장 여건과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및 국민의 투자행태 등을 고려하여 우리 현실에 맞게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적용되어 기업의 자금조달 코스트가 높고 주가 또한 장기간 저평가되어 투자 매력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투세 시행은 대만의 경우처럼 국내 증시이탈을 가속화할 소지가 많다.

다섯째, 금투세 시행은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투자를 위축시킬 소지가 많다. 주식투자 수익은 주식매매 차익과 배당소득에 의해 이루어진다. 소유주나 대주주들은 주식거래가 거의 없고 사업소득이나 배당금으로 투자수익을 실현하게 된다. 하지만 배당소득은 종합과세로 인한 과중한 세 부담 때문에 국내기업은 이익의 배당을 꺼린다. 이로 인해 개인들은 정기적인 배당소득 목적의 주식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금투세 시행은 개인 투자가들의 주식 투자심리만 위축시킬 소지가 많다.

여섯째, 금투세 징수와 환급절차의 번잡성도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투자를 꺼리게 만들 것이다. 투자수익은 원천징수를 하면서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한데 모아 사후 정산해 주는 방식은 주식 투자가들에게 너무 번거로운 불편한 일이다.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다. 조금만 불편해져도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아예 '불편을 주는' 주식시장 이용 자체를 기피하려고 한다. 최근 '주식 이민'이 계속 늘어나 700만명을 넘었고 연말에는 1000만명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이런 주식이민의 급증에 국내증시 부진에 더해 금투세 도입 가능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투자는 이제 가장 중요한 일반 국민의 재산증식 수단의 하나가 됐다. 정치권은 주식투자에 대한 금투세의 부과는 고려할 요소가 많은 매우 민감한 민생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증시의 여러 가지 현실을 고려했을 때 금투세는 아예 없는 편이 낫다.

이병욱 (경영학박사·SDMI 고문)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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