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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1)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21일(현지시간) 왕위 승계 1순위를 조카 모하마드 빈나예프 알사우드(57)에서 친아들 모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31)로 전격 교체했다. 그동안 ‘최고 실세’로 불려온 모하마드 왕세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군과 에너지산업을 관장하며 사우디의 전통적 경제 구조의 변화를 꾀해온 인물이다. 이전까지 사우디 왕가가 원유 시장의 운영을 휘하의 기술관료들에게 맡겨뒀다면, 모하마드 왕세자는 국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왕실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데 주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 특히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성공적 기업공개(IPO)가 중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람코의 IPO는 전세계 IPO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사우디의 시가총액 목표액은 2조 달러에 이른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이를 위해 최근 20년 넘게 석유광물자원부 장관 자리에 앉아있던 알리 알나이미 장관을 낙마시키고 자신의 입맛에 맞춰줄 인사들을 고용했다.
아람코의 성공적 상장은 모하마드 왕세자가 추구하는 사우디 경제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 청사진, 일명 ‘비전 2030’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아람코 IPO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탈석유 경제개혁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 왕위계승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람코의 성공적 상장에는 유가 문제가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유가만이 아람코 IPO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으며, 사우디로의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다. 현재 유가는 지난 4월 중순에 비해 20% 가량 떨어진 상태로, 배럴당 45달러 선을 맴돈다.
유가 하락의 가장 주된 원인은 오펙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장에 있는 석유 공급양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펙이 감산 합의에 이르자 미국의 셰일유 생산업체들과 다른 경쟁자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오펙의 감산 조치는 결국 시장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사우디가 아람코의 IPO 성공을 위한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현재의 감산을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FGE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노트에서 “우리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으로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FGE는 “(아람코의) IPO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그 밑으로 내려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원자재전략 본부장은 21일 미 CNBC에 “모하마드 왕세자의 부상으로 사우디 외교정책은 더 매파적으로 움직이며 이란과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면서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왕세자의 공격적 외교 정책이 유가에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가함으로써 상승 압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중동에너지 분야 전문가 폴 스티븐스는 “문제는 모하마드 왕세자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라며 “그가 충고에 의존하는 사람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생산량 감소가 유가를 전혀 견인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사우디가 얼마나 더 감산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알리 알나이미 전 사우디 석유장관은 2014년 오펙이 생산량을 줄여도 셰일유가 그 공백을 메꾸기 때문에 오펙의 감산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는 오펙 회원국들도 감산 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유가가 계속해서 떨어진다면 모하마드 왕세자도 감산이 과연 사우디 경제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