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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좌의 게임’,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역풍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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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11. 06. 15:37

Saudi Arabia History of Succession <YONHAP NO-0386> (AP)
사진출처=/AP, 연합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 서열 1위’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32) 왕세자가 부패 세력 척결을 명목으로 반대파 숙청에 나서면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사우디의 비지니스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오히려 경제적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4일 ‘중동의 워렌 버핏’이라고 불리는 아랍권 최대 부자 무함마드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 등 수십명에 달하는 왕자와 장관들이 빈 살만 왕세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설 기관 ‘반(反)부패위원회’에 의해 무더기로 체포돼 투옥됐다. 다음날인 5일에는 만수르 빈무크린 왕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만수르 빈무크린 왕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제1 왕세자가 되는 과정에서 폐위된 빈무크린 전 왕세자의 아들이다.

왕위 계승의 ‘걸림돌’이 제거된 빈 살만 왕세자는 국가방위부 장관직과 경제부 장관 자리도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하면서 사우디 왕가의 두 축인 군대와 석유를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넣게 됐다.

사우디의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SAGIA)’는 이같은 반부패위원회의 활동이 투자가들에게 평등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브라힘 알 오마르 사우디 투자청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는 사우디가 기업 및 개인 투자를 불법적 행동들로부터 보호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밝혔다.
지난 수십년간 부정부패가 사우디 경제를 좀먹는 해충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사우디에서 정부와의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뇌물이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절차처럼 여겨졌다. 기업들은 신뢰할 수 없는 사우디의 관료제 시스템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져왔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 중심적인 새로운 경제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올해 한 인터뷰에서 부패에 연루된 이는 “그가 장관이든 왕자든 누구든지 간에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의 이 ‘부패 척결 드라이브’가 투자가들에게 사우디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경제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고위층 숙청으로 인해 빈 살만 왕세자가 주창한 사우디의 탈석유 국가 사회·경제 개발 계획 ‘비전 2030’에 종사하고 있는 중역들과 사업가들에게까지 다음 숙청 대상이 자신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는 것.

금융업 종사자들은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군사 분쟁과 경기 침체로 인해 이미 지난 수년간 사우디로부터 자본이 유출되고 있는 마당에 최근 사우디 정부가 보여준 사정 드라이브는 이러한 자본 유출을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데이비드 오타웨이 연구원도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 “특히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체포는 ‘비전 2030’에 투자하고자 했던 외국인들의 관심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체포는 사우디가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지분을 상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이뤄져 향후 아람코의 상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아람코의 상장은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계획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내년 전체 지분의 5% 가량을 상장할 계획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조 달러(약 2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에는 사우디의 수도 리디야에서 수일간에 걸쳐 외국인 투자 컨퍼런스, 일명 ‘사막의 다보스(Davos in the desert)’가 사우디 수도 리디야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 컨퍼런스는 사우디 정부가 해외 자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민간분야에서 외국과 합작을 통해 사우디의 경제 개혁을 가속화 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한편 원유 트레이더들에게도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사정 드라이브는 새로운 정치적 리스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은행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원자재 분야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모든 원유 트레이더들이 기피하는 것이라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사우디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좀 더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유가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붙이려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우디의 원유 정책에 특별한 변화의 조짐은 아직까지 없다고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달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 및 비회원국들의 유가 안정을 위한 회의가 예정돼 있다. 산유국 장관들은 이곳에서 감산 합의를 2018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앞으로도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받기 위해 배럴당 60달러 선의 고유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유가는 아람코의 성공적 IPO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뿐만 아니라 유가가 배럴당 60선 이상을 유지해야 개혁 추진에 필요한 예산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우디가 원유 감산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의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에너지 애스펙트’의 야세르 일귄디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그는 “사우디가 개혁 아젠다를 계속해서 추진하는 데 있어 유가의 중요성은 매우 강조된다”고 말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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