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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측은 현재 텔아비브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방안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오슬로 협정)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28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안 채택 70주년 기념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시기와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아랍지구 48%와 유대지구 52%로 분할하도록 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이는 결국 다음해 이스라엘이 건국되는 계기가 됐다. 이 날 행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수도 라말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카릴 샤힌 분석가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두고 ‘협박 작전(blackmail campaign)’의 일환이라며 미국이 팔레스타인을 압박하는 도구로 대사관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미국의 중재로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를 건국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향후 상황이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샤힌 분석가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인 데이비드 프리드먼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시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시오니스트(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는게 목적인 민족주의 운동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인의 입을 통해 이스라엘의 입장을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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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그간 이스라엘의 ‘통합 예루살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때문에 미국이 대사관을 옮기게 될 경우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영유권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돼 이-팔 갈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은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게 될 경우 이-팔 갈등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루살렘 영유권 문제를 자극하게 될 것이며, 이는 또한 중재자로서의 미국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올초에도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에 공식 서한을 보내 “대사관 이전은 이-팔 평화협상과 2국가 해법은 물론 지역 전체의 안정·안보에 재앙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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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예루살렘 대사관 법을 유예하며 “이전이 이뤄지기는 할 것이다. 문제는 시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연기한 ‘예루살렘 대사관 법’의 집행 시기는 6개월 뒤인 내달 1일 또 한 번 다가온다. 과연 이 때에도 트럼프 정부가 대사관 이전을 유예하는 결정을 다시 한 번 내릴지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일 미국이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실제로 진행하게 될 경우, 미국은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세운 첫번째 외국 국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스라엘 내 모든 외국 대사관은 텔아비브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되면 그간 국제사회가 예루살렘 문제와 관련해 지켜온 ‘컨센서스’가 깨지면서 2국가 해법마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루살렘 내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위한 시민연대’의 자카리아 오데 국장은 “대사관 이전이 이뤄질 경우 이는 최초의 사례가 될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은 하나이며 통일돼 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에 재차 힘을 실어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매우 위험한 행보”라면서 “향후 (평화)협상에 따른 모든 계획이 무효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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