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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 건드린 트럼프, 중동 정세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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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12. 07. 18:13

EGYPT PROTEST ISRAEL USA <YONHAP NO-2227> (EPA)
사진출처=/EPA,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중동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회견을 갖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는 또한 해서 마땅한 옳은 행동”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처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가장 잘 부합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며 수도 인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에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는 다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을 6개월간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조치를 크게 반기면서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예루살렘은 우리의 희망이자 꿈이며, 이스라엘은 지난 3000년 간 이를 위해 기도해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은 “개탄스럽고 수용 불가능한 조치로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려는 것”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압바스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이 평화협상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노골적인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관해 지옥문을 연 행동”이라며 ‘무력 보복’을 예고했다.

요르단 수도 암만 외곽에 위치한 바카 난민 캠프 지역에서는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미 구호를 외치며 요르단에 1994년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을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인근 중동 지역 무슬림 국가들도 한 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유대교도들에게는 더없이 성스러운 장소이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에게도 선지자 무함마드가 하늘로 승천한 곳으로서 메카와 메디나 다음으로 중요한 3대 성지 중 한 곳이다.

수니파 무슬림 국가의 대표 격인 사우디라비아는 이날 왕실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정당하지 못하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평화협상의 진행을 크게 퇴보시키는 행동”이라면서 미 행정부가 이 결정을 번복하고 국제사회의 의지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198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이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중동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을 ‘불의 고리’에 던져버렸다”고 규탄했으며,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도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이 매우 위험한 결정이며 이는 중동 지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안정을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셰이크 모하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외교장관 역시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자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라며 강력 반발했다.

다만 AP통신은 아랍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재앙적 결과를 몰고 올 것이라며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지만 각국의 속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분열돼 있다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과연 중동 각국이 격렬한 언사를 넘어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아랍 주요국들이 저마다 자국 내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다 거듭된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아랍 지도자들은 미국에 대항할만한 유의미한 수단을 잃어버린지 오래”라면서 “이들 국가가 실제적으로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의 반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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