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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5939만 터키 유권자들은 오는 24일 새로운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더욱 눈여겨 볼 점은 동시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다.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된 개헌안에 따라 권력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과거 의회 중심의 시스템에서 상징적인 역할에 가까웠던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행정 권한이 대폭 부여된다. 반대로 터키 정치 체제의 주요 행정 및 입법 권한을 갖고 있던 내각과 의회의 역할은 축소되게 된다.
신임 대통령은 기존의 총리직을 없애고 신설된 부통령을 임명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장관·고위공직자·고위직 판사들을 임명할 권한도 갖는다. 기존에는 대통령이 총리의 임명권만을 가지며, 장관들은 총리의 추천자 중에서만 낙점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까지는 내각이 담당했던 예산 편성 권한과 국가비상사태 선포 권한도 대통령이 갖게 된다.
지난 4월 터키 의회는 당초 2019년 11월 3일로 예정돼 있던 선거를 1년 이상 앞당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지난 2016년 7월 쿠데타 실패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가비상사태 체제 하에서 치러지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해 7.4%라는 경제성장률 고공행진을 이어간 반면, 최근에는 리라화 가치 폭락이라는 대조적인 두가지 경제 성적을 내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행정부에 대한 터키 국민들의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터키 리라화는 올해 달러 대비 가치가 20% 이상 하락해 전세계 최악의 성적을 낸 통화 중 하나로 등극했다. 이에 터키 중앙은행은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방어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최근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적자도 상승하는 추세다.
이같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터키 유권자들은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권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여당 ‘정의개발당(AKP)’만이 터키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인 반면, 반대편 유권자들은 터키 경제의 불확실성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의 탓이라며 현재 나타나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의 베식타시 지역에서 휴대폰 판매·수리점을 운영하는 유권자 핫산 쿠스 씨는 “정권 교체는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면서 “터키 경제의 신뢰도를 하락시켜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자신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에 한 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겐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33세의 건축가인 켄기즈 쿠레크시 씨는 최근 터키를 둘러싼 모든 경제 문제들이 오랜 기간 지속된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피로감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자신은 ‘공화인민당(CHP)’과 ‘좋은당(IP)’ 등이 힘을 합친 야당 연합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할 것이라는 야당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경제에 큰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정상 상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경제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대선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포함한 총 6명의 후보가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2차 결선 투표를 통해 결판이 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