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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란인 카베 타이무리 씨는 얼마 전만 해도 번창하는 컴퓨터 액세서리 사업을 하고 있었다. 새 자동차는 물론 테헤란 중심가의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세 놓으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그는 시내 중심가에서 한 시간 떨어진 빈민가에 위치한 45㎡(약 13평)짜리 셋집에서 낡아빠진 오토바이를 타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신세가 됐다. 그의 새 직장은 대형 상가건물에 있는 한 매장.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 반이 넘는다. 하지만 타이무리 씨의 아내는 상황이 훨씬 좋아진 것이라며 “최소한 남편이 잠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는 일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타이무리 씨 가족의 ‘추락’은 최근 이란의 중산층 가정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뒤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들 중산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 융자금을 갚을 만한 충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백만 명의 중산층 이란인들이 하루 아침에 생계가 쪼그라드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욱 악화되고, 타이무리 씨가 운영하던 업체처럼 수입품 의존도가 높았던 영세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타이무리 씨가 수입하던 외장 하드디스크의 이란 수입 가격은 이전과 동일한 90달러지만 리얄화 가치가 추락한 탓에 300만 리얄이던 것이 1800만 리얄까지 치솟았다. 타이무리 씨 가족의 한 달 수입은 1년 전 5000만 리얄, 1400달러(약 157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00만 리얄, 90달러(약 10만원)에 불과하다. 타이무리 씨는 “만약 1년 전 누군가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라며 씁쓰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구 8000만여명의 이란은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로부터 버스 운전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두가 중산층의 범위에 들 만큼 중산층의 범위가 넓었다. 이들은 한 달 평균 700달러(약 78만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암시장이 커 비공식적인 부업으로 추가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많았던데다 수도·전기·식료품·유류 등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이들 중산층의 안정적인 생활을 뒷받침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핫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압바스 토르칸은 최근 이란의 중산층이 50%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경제학자 파이제 포루잔은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단기적으로 볼 땐 중산층 가운데서도 잘사는 축에 들던 사람들은 사치품과 과잉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들도 투자 감소로 인해 똑같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