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비율 4년 만에 4.93%→48.7%
국가 신용 '투자 부적격' 수준 강등
자금 조달비용 올라 국채수익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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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최근 발표한 2019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정부 부채를 잡기 위해 62억3000만 달러(약 7조367억원)를 국내외에서 차입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차입금은 전체 정부 부채 72억7000만 달러(약 8조2000억원)의 86% 수준이다. 남은 부채 약 10억 달러(약 1조원)는 정부 예비금에서 집행하기로 했다. 오만 재무부는 성명에서 “해외 차입에 중점을 둔 것은 외화 유동성을 강화하고 외화준비금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며 “민간 부문에서의 자금조달 부담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유국 오만은 국제유가가 폭락한 2014년 이후 경제 개혁 노력보다 외부 차입에 대한 의존을 늘려왔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14년 4.93%에서 2018년 48.7%로 급증했다. 2020년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는 44%,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58%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피치는 지난해 12월 오만에 대해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한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피치는 강등 이유에 대해 “오만 정부의 주 수입원인 석유의 생산량·가격·시장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유가 흐름에 취약한 오만의 재정 문제를 꼽았다.
유가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해 12월 24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급락하며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가 6.2% 떨어져 배럴당 50.47달러로 내려 앉으며 1년 4개월 만에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수석 투자 책임자인 모히에다인 크론폴은 “오만은 걸프 지역에서 유가에 가장 민감한 나라이기 때문에 석유 가격이 소폭 하락해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아직 오만의 투자 적격 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2019~2020년 투자 부적격으로 강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이튼 밴스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셜 스토커는 “오만은 같은 이유로 재정 위기에 처한 바레인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역내 강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지 않았다”며 “걸프국들이 자금난에 빠진 오만을 구출해 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1970년부터 오만을 통치해온 카보스 빈 사이드 오만 국왕(79)이 아직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