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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년 간 쿠데타 시도 이후 숙청과 박해의 대상이 된 학생·학자·교사들뿐만 아니라 기업가와 부유층마저도 자신들의 모든 재산을 처분한 뒤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터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5만명 이상의 터키인들이 해외로 이주했다. 이는 2016년 17만8000여명에 비해 42%나 급증한 것.
아프라시아 은행이 해마다 발간하는 ‘글로벌 부(富)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 전체 부의 12%를 차지하는 고액 순자산 보유자(HNWI) 가운데 최소 1만2000여명이 2016~2017년 자신의 자산을 터키 밖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자산을 유럽이나 아랍에미리트(UAE)로 이전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은 전세계에서 부유층 이탈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7대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일부 터키 대기업들은 쿠데타 시도 이후 일어나고 있는 전방위 단속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터키 최대의 식품 기업인 일디즈 홀딩. 일디즈 홀딩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6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후 일디즈 홀딩은 제과 계열사인 율케르의 지분을 런던에 위치한 지주회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터키 법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전했다. 이스탄불에서 법률회사를 운영하는 메흐메트 건은 “지난 2년여 간, 특히 쿠데타 시도 이후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게 되면서 터키에서 수 십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지난 25년 간 터키인들의 영국 이주를 연구해온 런던 리젠트대학교 이브라힘 시르케시 초국가연구실장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터키인들의 유럽 망명 신청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약 1만명의 터키인들이 비즈니스 비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04~2015년 같은 방법으로 이주한 사람의 두 배에 달한다. 시르케시 실장은 유엔난민기구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인용해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6개월 만에 영국으로 정치적 난민 신청을 한 터키 국민의 수가 3배로 증가했으며, 독일로의 난민 신청은 무려 6배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017년 전세계 곳곳으로 난민 신청을 한 전체 터키인 수는 전해보다 1만명 증가한 3만3000명을 기록했다.
시르케시 실장은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 직후 학생들과 교사들의 이주 물결이 이미 발생한 바 있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엑소더스의 결과는 보다 영구적인 사회 질서의 재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터키를 수십년 전으로 돌려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