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공부문 노동자 전국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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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일간지 더내셔널은 5일(현지시간) “레바논 총노동자연맹이 전날 전국 파업에 돌입했다”면서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국제공항과 항구가 폐쇄됐고, 국가사회보장기금과 전력회사 등 다른 지역의 공공기관들도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선 한 시간 동안 비행을 중단했다. 이날 하루 파업으로 레바논 경제는 1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차라 아스마르 레바논 총노동자연맹 회장은 “이번 파업은 새 연립내각을 구성하지 못한 정치인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정부에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파업을 지지하는 신생 정당 사바당의 빅토리아 엘 코우리 즈웨인 대표는 “이 나라는 붕괴를 향해 가고 있다”면서 “국가 위기 사태를 수습하고 신속한 경제 위기 극복 계획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자이크 국가’로 불리는 레바논은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여러 종파가 공존하고 있다. 종교·종파 간 권력 배분을 위해 기독교계 마론파가 대통령, 이슬람 수니파가 총리, 시아파가 국회의장을 맡도록 헌법으로 정해놨다.
정파 간 이견으로 수 개월간 새 연립내각이 꾸려지지 않자 지난해 말부터 수도 베이루트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시민 수 백명은 정부 건물까지 행진하며 새 연립내각 구성을 위한 협상 교착과 관련해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경제 상황 악화에 우려를 표했다. 시위대는 “우리는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질렸다”며 의료 서비스 개선과 많은 일자리 등도 요구했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다. 레바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해 기준 155%로 840억 달러 규모. 실업률은 36%에 육박하면서 경제 공황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 외국인 투자자들의 레바논 채권 회수율은 달러당 35센트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레바논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지난 1년 간 280베이시스포인트(bp) 증가해 800을 기록했다. 채권부도 위험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CDS는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수치가 오르는 것은 부도 위험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는 레바논에 임박한 금융 공황 상황을 경고했다. 정치 혼란과 함께 부진한 경제 성장·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폭력 사태와 난민 유입·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긴장 고조·국영 석유회사 적자 등을 금융 공황 요인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정책 입안자인 정치인들이 손을 놓고 있다”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레바논이 원금만 상환한 후 해외 채권단과 부채를 재조정하는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