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웨이트·바레인도 추진
합병이후 수익 90% 개선 전망
인구대비 은행수 넘치는 UAE
몸집불리기로 업계 재편 가속
|
로이터통신 등 외신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쿠웨이트 투자청이 24%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은행(IB) 쿠웨이트파이낸스하우스(KFH)는 글로벌 투자기관 골드만삭스·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에 자문한 결과 자사가 바레인의 알리 유나이티드 은행을 인수하면 수익이 지난해 대비 90% 이상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이란 단기신용을 취급하는 상업은행과 달리 주식과 채권 등 직접증권의 인수 및 판매, 담보 대부를 통해 산업계에 장기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을 말한다.
앞서 KFH와 알리 유나이티드 은행은 지난 24일 걸프 지역에서 첫 국경 간 은행 M&A를 발표했다. 양사는 이번 M&A로 쿠웨이트 최대 은행이자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쿠웨이트·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 내 규모 6위 은행으로 거듭난다. 자산 규모는 926억 달러(약 103조8000억원)다. 통합 은행의 사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KFH는 “은행 대출 역량이 61%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집트와 영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 지역 은행권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년도인 2007년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잠잠하던 걸프 지역 은행들간 M&A가 2016년부터 활발해지고 있는 것. 실제 지난 3년간 성사된 은행 M&A만 19건에 달한다. 스타트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끊었다. UAE 양대 은행인 내셔널뱅크오브아부다비(NBAD)와 퍼스트걸프뱅크(FGB)는 2016년 7월 주식 교환 형태의 합병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하며 중동 지역 최대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사명은 퍼스트아부다비은행(FAB)이다.
걸프 지역 은행권들이 잇따라 M&A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장기간의 유가 약세 때문. 블룸버그통신은 장기간 유가 하락에 따른 자산 리스크 압박과 정부의 수입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권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풀이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가 약세로 걸프 지역 정부들은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긴축적 기조가 금융 부문의 통폐합 요구에 수용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인구 규모보다 은행이 과도하게 많은 점도 M&A 추진 배경으로 거론된다. 인구 950만명의 UAE에는 소규모 은행 46개가 경쟁하고 있다. 인구 3360만명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자국은행 12개와 외국은행 지점 14개가 있는 점과 비교하면 UAE의 은행 수는 과도하게 많은 수준이다. 독일 유니온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분석가 세르게이 데르가체프는 “걸프 지역 가운데 인구 대비 은행 수가 특히 많은 UAE에서 M&A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각종 비용도 중소 규모 은행들엔 부담으로 작용, M&A를 부추기고 있다. 새로운 회계표준 이행과 기술혁신에 드는 비용에 이어 정부의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은행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 KFH는 “성장이 지연되는 병목현상에 직면한 걸프 지역 은행들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대형 은행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이는 다른 경쟁자들이 그들의 사업 모델을 재고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