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무기지출 규모 늘리는 추세
"인도주의 위기 확산" 국제사회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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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방송·알자지라·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UAE 아부다비에서 지난 17일 닷새 일정으로 개막한 ‘국제방위산업전시회(IDEX) 2019’에서 사우디와 UAE가 수십억 달러의 무기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중동 지역에서 군사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DEX는 2년마다 열리는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올해 참여 업체 수는 70여개국의 1310곳으로 직전 전시회보다 6% 늘었다.
UAE 국방부는 미국 방위산업체 레이시온과 15억5000만 달러(약 1조7400억원) 규모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UAE 공군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전날에는 레이시온과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UAE가 IDEX 개막 이후 이틀간 체결한 무기 계약 규모는 총 32억7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사우디 국영 방위산업체 SAMI는 18일 스페인 국영 군함조선소 나반티아와 사우디 해군 초계함에 전투 시스템을 공급하는 합작회사 SANNI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두 회사는 사우디 해군의 초계함 5척을 공동 건조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SAMI는 전날 프랑스 나발그룹과 각종 군함과 잠수함을 개발, 건조하는 합작회사를 사우디에 세우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세계 최대 무기 수입 지역인 중동은 무기 구입에 돈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다. 영국 군사정보업체 ‘IHS 제인스’에 따르면 2013년 823억 달러(약 92조7600억원)였던 중동 전체 무기 지출 규모는 올해 1030억 달러(약 116조910억원), 2023년 1108억 달러(약 124조90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동은 2017년 기준 세계 방위시장의 약 20%를 차지했다. 중동 무기 최대 판매국은 미국으로 중동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중동에서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역내 군비 지출 최대국인 사우디에 이어 UAE와 이란도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를 보면 사우디의 방위비는 2016년 유가 하락에 영향받아 전년 대비 29%로 뚝 떨어졌으나 이듬해 9.2% 올랐다. UAE는 국가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방산·에너지 등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IDEX 2019에는 4년 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천만 명을 굶주림에 허덕이게 한 예멘 내전에서 사용된 무기들도 전시됐다.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는 예멘 내전에서 UAE 지상군이 쓴 벨기에 총기 전문업체 FN 헤르스탈의 구경 5.56mm 자동소총이 판매·전시되고 있다며 IDEX 2019를 비난했다.
국제엠네스티의 패트릭 윌켄 안보·인권 연구원은 “연합군을 구성해 예멘 민간인 학살 등 반(反) 인권범죄를 저지른 사우디·UAE 등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확산한 국가들에 무기를 내다팔겠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동 해역을 관할하는 미 제5함대 사령관 제임스 말로이도 AP통신에 “아직도 각종 무기들이 예멘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면서 “이는 예멘인들이 직면한 극심한 기아 사태를 악화시키고 음식·의료·교육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