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국장 "테러 부활의 중대한 위험 초래"...NYT "바이든 접근, 명백한 위험"
당국자 "미, 경솔하게 포기한 전쟁, 사이공 함락 망령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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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야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아프간에서의 테러 부활의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주도의 평화협정 체결에 따라 미군 철수 후 2년 만에 공산화된 베트남 사태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울러 미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며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라고 평가했다.
◇ 바이든 대통령 “지금, 미국의 가장 긴 전쟁 끝내고, 미군이 돌아올 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철군의 이상적인 조건을 조성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아프간에 있는 우리 군의 주둔 연장이나 확장을 계속 반복할 수 없다”며 5월 1일부터 철군을 시작해 9·11 테러 20주년 이전에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결정의 배경으로 아프간이 2001년 9·11 때와 같이 테러 지원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고, 테러 위험이 전 세계로 확산된 점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2001년 아프간에 간 목표는 미국에 대한 향후 테러 공격을 막기 위해 알카에다를 근절하는 것이었고, 우리의 아프간 주둔은 그 첫번째 이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 목표는 달성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위협이 확산됐다며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아라비아 반도의 알카에다,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ANF), 그리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칼리프(이슬람 왕국) 건설하려고 시도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지부를 설립하려고 하는 SIS(IS의 옛 이름)를 거론한 뒤 “매년 수십억의 비용을 들여 수천명의 병력을 한 나라에 주둔시키고 집중하는 것은 나와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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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반박은 그가 임명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의 입에서 나왔다.
국무부 부장관 출신인 번스 국장은 이날 상·하원 청문회에서 미군 철수가 아프간에서 테러 부활의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그는 “아프간에서의 테러 위협을 억제하는 우리의 능력은 지상에 미군과 연합군이 주둔하는 것으로부터 크게 혜택을 보고 있다”며 “미군이 철수하면 미 정부의 위협 수집 및 행동 능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환영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 새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이 아프간의 안전한 미래에 대한 검증 가능한 확신 없이 떠나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며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급작스러운 철수는 심각한 실수”라며 “이는 아직 완패하지 않은 적 앞에서 철수하는 것이자 미국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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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의 접근은 명백한 위험을 수반한다”며 전날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공개한 ‘미국 정보당국의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철수할 경우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을 저지하게 위해 고투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부 당국자들이 미국이 경솔하게 포기한 또 다른 전쟁, 1975년 사이공 함락과 비슷한 망령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베트남이 1973년 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베트남전쟁 종결과 평화회복’ 협정에 서명한 후 미군은 남베트남에서 전면철수,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수도인 사이공이 함락됐고, 이후 보트피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사태 발생을 의식한 듯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지난 20년 동안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가족에 대해 특별이민비자를 확대하고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NYT·WP “바이든, 트럼프와 빠른 철군 목표 공유”...NYT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라며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라고 지적했다.
NYT는 “크게 다른 방법으로 표현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사이의 가장 현저한 유사점 중에는 미군을 되도록 빨리 철수시킨다는 공유된 약속이 있다”며 “바이든은 절대 그 용어를 쓰지는 않겠지만 아프간 철군은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WP도 “아프간의 경우 바이든은 트럼프와 사실상 공유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임기 내 완전 철군에 실패했지만 5월 1일을 시한으로 설정했고, 바이든은 시한을 단지 몇 달 연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간에는 공식적으로 미군 약 2500명·독일군 약 1300명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9600명이 주둔하고 있지만 실제는 미군 약 1000명이 더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영제국 시절의 영국은 1842년 교과서에서 ‘아프간의 대참사’로 묘사하는 원정 후 철수했고, 소련은 1979년 침공했다가 10년 후인 1989년 퇴각한 후 붕괴했으며 미국은 20년 만에 철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