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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중심에는 심화되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다툼이 자리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반도체 주도권 잡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만을 강화하기에는 한국 반도체의 큰 고객인 중국의 눈치도 봐야하는 처지다.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를 하며 10년, 20년 후 한국 반도체 산업을 책임질 대규모 투자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진두지휘할 총수가 없으니 이 부회장을 사면해 역할을 주자는 논리다.
최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코로나 백신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 다양한 인맥을 갖춘 이 부회장을 백신 특사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 마스크 대란 당시 6개월 이상 걸릴 마스크 필터 수입을 한달만에 해결한 바 있다. 백신 수급의 숨통을 그나마 열어준 이른바 ‘쥐어짜기 주사기’의 미국 FDA 승인에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장들이 이 부회장 한 사람에 대한 너무 과도한 기대감이라고 지적한다. 이 부회장에 한국 반도체 산업, 백신 수급을 투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총수 없는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를 놓고 고심에 빠진 사이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통큰 베팅으로 반도체 빅사이클에 올라타고 있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40%인 상황에서 4%에 불과한 국내 접종률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 성장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다. 정부의 외교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면 모를까, 현 상황을 보면 백신 수급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동원해도 힘이 모자랄 판이다. 반도체, 백신을 둘러싼 정부의 엄중한 상황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