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전화·2차 대면으로 백신 접종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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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는 중국 시노백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해 지금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도 접종 중이다.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의 긴급사용 역시 승인했다. 하지만 터키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백신 접종 대상자인 의료 종사자의 14%, 65세 이상 인구의 23.6%가 접종을 받지 않았다. 즉 자기 순서가 왔어도 접종을 받지 않는 사람이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이처럼 접종 대상자이지만 백신을 맞지 않는 시민들을 위해 터키 보건부는 색다른 시도를 기획했다. 각 지자체에 ‘찾아가는 백신설득팀’ 구성을 의뢰한 것이다.
‘백신설득팀’은 이름 그대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설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자체 공무원·의료 종사자·학교 행정직원·교사·이맘(이슬람교 종교 지도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장 및 지방보건국 산하에 설립된 콜센터에서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백신 설득 업무의 대상은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돼 있고 가정 주치의로부터 예방 접종을 권유 받았지만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특히 65세 이상인 경우 직접 집을 찾아가 백신 접종을 권유하고 격려한다. 동시에 예방 접종을 받지 않는 이유를 조사해 접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백신설득팀에서 일하는 제흐라 바삭 차크르 박사는 현지 언론 하베르튜르크와 인터뷰에서 “신뢰를 갖고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겁을 주기보다는 백신을 접종하면 노인·친척·아이들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했던 옛 시절을 되찾을 수 있다며 따뜻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는 신뢰를 심어줬을 때 비로소 서로 믿을 수 있는 환경에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터키 일간지 하베르튜르크가 전한 백신설득팀의 활약은 상당하다. 1개월 전 아디야만 지역에 신설된 백신설득팀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전화로 먼저 연락해 설득을 했을 때에는 50%가 마음을 돌린다. 그래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의 집에 직접 찾아가 설득을 하면 그 비율이 70%까지 올라간다. 이들은 터키어를 하지 못하는 쿠르드인 등을 위해 현장에 찾아갈 때 번역 인력을 대동하기도 한다. 라마단 단식 때문에 예방 접종 자체를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프타르(라마단 기간에 해가 진 후 먹는 첫 식사) 시간에 맞춰 각 가정을 방문해 사람들을 만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도 터키 백신설득팀이 세계 최초로 구성된 이래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며 터키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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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내 전문가들은 백신이 불안정하다는 소문에는 근거가 없으며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고 일축했다. 면역이 생기는 데에는 보통 몇 주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 전에는 백신 접종 후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백신 접종이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특히 노인이나 근본적인 면역 체계가 약한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이므로 백신 접종은 매우 중요하다. 터키 전문가들은 민주 사회에서 모든 사람에게 예방 접종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전염병이 지속 장기화되는 경우 식당·극장·대중교통 등 혼잡한 장소는 물론 병원이나 학교에서도 백신 미접종자에게 일부 제재가 부과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보건부는 6월 말까지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백신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