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트윗을 쏟아내면서 투자자들의 머리를 감싸게 만들었다. 그리고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로부터 “당신의 가상화폐 놀이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됐다”는 경고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자주 쓰던 말인 ‘미안하다, 고맙다’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방명록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됐다.
계속되는 논란에 대한 우려는 신세계 내부에서도 있었던 듯 하다. 8일 정 부회장은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라면서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최근의 논란을 일단락하려는 뉘앙스로 읽혔다. 다만 궁금증은 남는다. 한 기업의 총수가 SNS 내용으로 자꾸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게 과연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정 부회장이 소시민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지난 1월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 등장했을 때다. 이 때 해남의 배추 산지 근처 시장에 들러 한 상인이 ‘뭐하는 분이시냐’고 묻자 ‘장사해요’라고 답한 모습에 많은 네티즌들이 주목했다. 아마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간 순간이 아닌가 한다. 정 부회장은 야구팬들에게 ‘용진이형’이라고 불리며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SSG랜더스의 선수들을 격려하는 게시물도 올리며 오랜만에 한껏 끌어올려진 야구 열기를 이어가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논란은 소모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이마트의 아무 사업과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경직되고 보수적인 국내 재계에서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답은 없다. 아마 정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기업인이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대처법’에 대한 선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재계에 ‘오너 리스크’라는 말은 자주 등장하지만 그 반대말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오너, 총수의 자리는 강력하고 치명적이다. 이 점은 그 누구보다 정 부회장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