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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은 서로 대화의 공을 넘기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하면서 북·미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김 대표는 ‘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 거듭 제시하면서도 협상을 위한 인센티브를 먼저 줄 의향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미국에 대화 제의를 일축하면서도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의 조건을 내세워 협상의 문턱을 높였다. 서로에게 ‘조건 없는 대화’의 조건을 붙이는 모양새다. 향후 대북협상 재개는 이러한 조건들을 북·미가 어떻게 좁혀나가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절했지만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메시지는 내지 않으면서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북한은 지난 6·25 기념일에 ‘미제’란 표현을 쓰지 않으며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았다. 대미 비난수위를 조절하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과 같은 달 11일 북·중 우호협력 조약 60주년을 앞두고 중국과의 밀착행보를 이어가며 애써 대미협상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의중을 비치고 있다. 미·중 갈등 속 대화 동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북·미 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원칙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북한도 완강히 버티기에 나서는 상황이 길어진다면 대북협상 재개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게다가 북한이 7월에 예고된 굵직한 외교 이벤트에서 도발을 감행한다면 대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북·중-한·미’ 간 대립구도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남·북·미가 이번 7월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대북협상의 물꼬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