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고유의 권한인 인수기준까지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입기준에 대한 금융당국의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 기준’의 판단 자체도 모호하다.
금융당국의 제재는 보험사의 손해율을 개선하고 일부 소비자의 과잉의료를 방지해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시한 4세대 실손보험이 보험사는 물론 소비자들에게까지도 외면받게 되자 당장의 임시방편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보험사로서도 실손보험료의 위험손해율이 올 1분기 기준으로 132.6%를 기록하며 계속해서 경영 악화로 이어지니 판매를 꺼릴 수밖에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할증과 할인이 된다고는 하지만 할인은 최대 5%인 데 반해 할증은 최대 300%이니 매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이고 보험료 인상의 주범인 의료쇼핑이나 비급여 항목의 관리 없이 겉도는 대책만 내놓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일례로 최근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백내장 수술 보험금은 계속해서 증가하다 올해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인데, 이 중 80% 이상이 비급여 항목이다. 2016년 1월 다초점렌즈 비용을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표준약관이 변경되기 전까지 비급여항목인 다초점렌즈의 비용이 증가하다 이후에는 다초점렌즈 가격이 낮아지는 대신 비급여 검사비가 오르는 등 제도가 변경될 때마다 비급여 가격이 임의적으로 급격히 변동했음에도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실손보험을 둘러싸고 4세대 실손보험까지 오면서 문제는 불거지고 있지만 비급여 항목 관리는 여전히 손놓고 있는 실정이다. 비급여의 원가정보 공개와 조사 등의 관리체계가 작동한다면 보험사는 물론 소비자도 만족할 만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금감원이 제시한 ‘합리적인 가입기준’ 대신 ‘합리적인 비급여 항목 관리’가 우선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