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21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레사와 무라토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측은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출신인 레사는 CNN 아시아 기자를 지냈고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의 창립자다. 노벨위원회는 “그는 표현의 자유를 사용해 모국 필리핀에서의 권력 남용, 폭력 사용, 권위주의 심화를 폭로했다”고 설명했다.
레사는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언론자유상을 받기도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의 인권 탄압과 정책, 고위 관직자와 경영인의 부패를 꾸준히 비판해온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높이 산 결과였다. 레사는 수많은 소송과 온라인 협박 등을 받아온 속에서 굴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전직 판사와 기업인의 비리를 폭로한 기사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무라토프는 러시아 언론인으로 1993년 독립매체 노바자 가제타를 공동 창립했다. 무라토프의 수상 배경에 대해 위원회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여건에서도 수십 년 간 러시아 내 표현의 자유를 지켜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 레사가 수상하면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물리학상·문학상 등 수상자 8명이 공교롭게 모두 남성인 것과 관련한 다양성 논쟁도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안 마리모헤드 스웨덴 여성학회 회장은 “압둘라자크 구르나(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비(非)전통 문화계 작가이고 식민지 배경을 가진 비유럽인의 기준 중 하나를 충족시키지만 여성은 아니다”며 “아직 평화상과 경제학상 등 2개의 상이 남았다. 노벨 위원회는 여성을 기릴 기회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심을 모았던 스웨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국제 환경기구들이 각국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시급성을 촉구하는 분위기에서 환경 문제를 국제적으로 환기시켜온 툰베리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툰베리는 2019년 9월 16세의 나이에 유엔총회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초청돼 세계 정상들을 향해 “우리는 대멸종의 앞에 와 있는데 여러분은 경제성장만을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이른바 ‘호통 연설’을 했다. 그는 총회가 열리는 뉴욕까지 오는 데 비행기를 거부하고 영국에서 출발해 15일간 친환경 요트를 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