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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지속돼 오고있는 조선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9월 2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종전선언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10월 24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종전선언을 놓고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데 이어 한·미 정부가 조율 작업을 이어가가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을 빼더라도 한미는 어찌 됐든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내는 데 유효한 제안이라는 데 공감하는 모양새다.
1950년에 발발해, 1953년 중단된 전쟁의 ‘종전’을 70여 년이 지난 이제와서 선언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쟁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데 방점을 둔 이야기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또 다른 시작’은 비핵화다. 한반도 허리를 갈라 서로 대치하고 있는 남과 북은 물론이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중요한 리스크 하나를 없애는 일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정치행위다.
세계평화라는 거창한 대의 말고도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 있다. 한반도에 살아갈 후손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남겨주는 일이다. 이 일을 시작하는 방법론 중 하나는 ‘종전선언’일 수 있다. 문재인정부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부디 남은 시간 이 문제 하나만이라도 결론을 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