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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달 안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폐지하고 약 10억명이 넘는 이용자들의 얼굴 스캔 데이터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집단소송으로 번지는 등 부작용을 낳자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지 약 10년만에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일일 이용자는 19억3000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인공지능(AI) 부사장 제롬 페센티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얼굴인식 시스템에 대한 사회 내 많은 우려로 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 측은 얼굴인식 시스템을 여전히 잠재력 있는 기술로 보고 있지만 모든 신기술은 혜택과 우려의 양면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이 가운데 적절한 균형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페센티 부사장은 얼굴인식 기술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 이용이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얼굴인식 시스템은 이용자의 앨범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을 자동적으로 인식해 사진 속 이용자들을 ‘태그’하라고 추천해준다. 이용자가 이들을 태그하면 이 사진이 태그된 이용자의 계정에 연결돼 그 계정에도 사진이 뜨는 구조다. 페이스북은 이 시스템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사진 저장소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얼굴인식 기술의 정확성과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정부, 법 집행기관, 기업 등이 이 기술을 악용할 수 있다는 논란이 거세졌다. 중국은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감시하고 통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경찰이 이 기술을 수사에 남용하면서 오인 체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도시와 주 당국은 잠재적인 남용을 막기 위해 얼굴인식 기술을 금지 혹은 제한했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주민의 생체 정보를 이용하려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법을 어겼다는 집단소송에 휘말려 6억5000만달러(약 7660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이 기술을 자체 플랫폼 내에서 사용했을 뿐 제3자에게 판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들은 페이스북이 어느 정도 규모의 안면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지, 이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꾸준히 의구심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개인정보침해 우려를 일찌감치 불식시켜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고자 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