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톡톡! 시사상식] 미국은 왜 중국 반발에도 ‘대만전쟁억제법’ 만들려 하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11117010010608

글자크기

닫기

주성식 기자

승인 : 2021. 11. 17. 15:44

화상 통해 정상회담 하는 바이든·시진핑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 /사진=AFP·연합
“대만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일본과의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최고사령관을 지냈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 대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바로 한해 전(1949년) 국민당과의 오랜 국공내전에서 최종 승리하며 전면 등장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견제할 수단으로 대만을 지목한 것입니다.

이 같은 맥아더 장군의 발언에는 대만을 바라보는 미국 군부의 전략적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미 군부는 중국대륙의 공산화 이후 행정부 최고지도자들에게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 국민당 총재가 대륙에서 쫓겨나 겨우 자리잡은 작디작은 섬이지만, 미국에게는 넓디넓은 태평양을 지나 중국의 코 앞인 남중국해까지 작전반경을 넓혀주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것이죠.

해당 발언의 주인공인 맥아더 장군도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했다고 합니다. 만약 대만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중국 공산정권뿐 아니라 당시 가장 위협적인 적대국이었던 공산주의 맹주 소련의 해상 전진기지가 돼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동중국해 일대에 설정했던 해상 방어선이 중간에 위치한 대만 상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죠.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은 중국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1949년 당시 막 출범한 신생 중국 공산당 정권은 미국이 장제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대만을 교두보 삼아 대륙침공을 감행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막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대만에 대한 다른 나라의 정식국가 인정을 불허하고 있고, 언제든 이곳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제스츄어를 자주 취하고 있긴 합니다.
이처럼 대만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또다시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습니다. 지난 16일(미국시간 15일) 열린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한다”면서도 “대만 해협에 걸쳐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일방적 행동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선제공격을 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지만, 만약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겁니다.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시 주석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만약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는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中 무력시위 속 건국일 행사 리허설하는 대만군 의장대
중국의 무력 시위로 양안(兩岸)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5일(현지시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군 의장대가 10일 건국일 행사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전날 방영된 호주 공영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계속되는 중국 군용기 무력 시위와 관련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그들에게도 막대한 손해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연합
이번 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지만, 미국 정부는 꽤 오래 전부터 중국이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왔습니다. 그리고 대만 정부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이란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1979년 수교를 맺은 중국에게는 ‘하나의 중국’을 확인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행정부 고위 인사를 교류하는 등 사실상 두 개의 중국을 인정해온 것입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이중적 자세에 대해서는 굳이 모른 척 해왔습니다. 소련 붕괴 이후 경제·군사적으로 맞설 상대가 없는 제1 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만 지지가 본격화되면서 양안 관계의 긴장도는 부쩍 높아졌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친 대만 기조가 더욱 짙어지면서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동아시아 주변 국가들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게다가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 상원이 이달 초부터 법안 상정을 추진 중인 ‘대만전쟁억제법(Taiwan Deterrence Act)’은 동아시아의 긴장도를 더욱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를 비롯해 6명의 상원의원이 지난 4일 공동으로 발의한 대만전쟁억제법의 핵심 골자는 대만 국방력 강화를 위해 매년 20억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2032년까지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법안에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더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기존의 무기수출통제법을 수정하고 미국이 원조한 금액만큼 대만도 자체 국방 지출을 늘린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만이 국방 장기계획을 수립할 경우 미국의 참여에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도 담겨있습니다. 이렇듯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결국 법안의 기본 취지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대만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중국 내부에선 즉각 ‘대만간섭법’이란 비아냥이 나왔습니다. 양안 갈등을 이용해 대만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고 자국 무기를 사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죠. 중국 매체 텅쉰왕은 아예 “대만 독립세력은 대만전쟁억제법이 정한 2032년까지 (정권을)유지할 수도 없을 것”이란 악담까지 퍼붓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법안에서 정한 기간까지 돈을 다 쓰기도 전에 중국이 대만을 흡수통일할 것이라는 의미인 셈입니다.

정치적으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중국과 마주보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결코 유쾌하지 않은 국면입니다.
주성식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