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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베네수엘라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여야가 모두 참여한 4년만의 국민투표로 관심을 모은 베네수엘라 지방선거 결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 여당이 압승에 가까운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베네수엘라 국가선거위원회 개표 현황(99% 완료·투표율 41.8%)을 보면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23개 주 가운데 20곳에서 주지사를 배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당은 수도 카라키스 시장을 비롯해 18개 주에서 당선을 확정했고 2개 주에서도 당선이 유력하다. 반면 2018년부터 선거를 보이콧해온 야당은 2017년 지방선거 때보다 1명이 줄어든 주지사 3명으로 떨어졌다.
예상 밖 결과에 선거 공정성 여부가 먼저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은 “결함 있는 선거”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은 반미 정권인 좌파 마두로 대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실질적인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15년 만에 현지 파견된 EU 참관단 130명이 감사하는 가운데 치러져 부정선거 등의 의혹이 누그러진 상태다. AFP통신은 이들이 선거 과정의 공정성을 곧 1차 보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선거 부정보다는 민심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른바 ‘경제 폭망’을 야기한 원흉으로 지목받는 마두로 정권을 다시 선택했느냐 여부다.
2010년대 초반까지 두 자릿수 비율을 유지하던 베네수엘라 인플레이션은 마두로 집권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15년 처음 세 자릿수에 진입한 뒤 2016년 254.95%, 2017년 438.12%로 폭증했다. 정점에 이른 2018년에는 6만5374.08%였다. 1만원 한 장이면 사던 물건이 어느 날 650만원이 됐다는 뜻이다.
이런 베네수엘라를 두고 ‘한때 석유 부국이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건 무상 포퓰리즘 탓’이라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파탄난 경제 때문에 인구의 20%인 560만명이 탈출을 감행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또 마두로 정권을 선택한 배경은 그들의 실정보다 야권 분열이 더 두드러진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주지사·시장·자치체 의원 등의 3000여개 자리를 놓고 7만명 이상이 출마했을 만큼 분열이 심했다. 과이도 전 국회의장은 공정선거만 외쳤을 뿐 정작 야권을 제대로 리드하지 못했고 투표 참가를 독려하지 않는 최악수를 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