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폭동 부른 ‘親중 vs 親대만’ 싸움, 새우등 터지는 솔로몬제도의 눈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11129010017202

글자크기

닫기

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1. 29. 15:32

시위대 약탈로 황폐해진 솔로몬 제도 차이나타운
지난 26일(현지시간)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서 주민들이 약탈이 벌어진 차이나타운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솔로몬 제도에서는 지난 24일부터 미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AP·연합
인구 70만명의 평화롭던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솔로몬제도에서 폭동에 준하는 시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뜻밖에도 친(親)중국과 친대만 세력 간 갈등이다. 2년 전 정부가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 수교하면서 촉발된 대립은 인접국들의 군대까지 동원되며 혼란 정국으로 빠져들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케이블뉴스채널 CNN과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나흘 전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서 시작된 시위가 격화하며 미나세 소가바레 총리 집과 국회의사당이 공격받고 도시 내 많은 건물이 불에 타는 등의 소요사태를 낳았다.

약탈·방화가 난무하는 이번 시위로 체포된 사람만 100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호니아라의 차이나타운 지역 내 불탄 상점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다.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위기를 느낀 소가바레 총리는 인접 국가인 호주와 파푸아뉴기니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25일 평화유지군 150명이 파견됐고 현지 경찰 등과 함께 치안 유지에 나선 상태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정부는 즉각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이후에도 차이나타운 방화 등 폭력 시위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가 이 작은 섬나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폭동 양상이 ‘친중 vs 친대만’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양안갈등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점에서다. CNN은 “시위가 솔로몬제도 내 친중파와 친대만·서방세력 간 대결구도로 확산됐다”고 풀이했다.

900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영연방국가 솔로몬제도는 독일·영국 식민시대를 거쳐 1976년 독립했다. 솔로몬제도는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독립 후 가장 큰 과달카날섬에 중앙정부가 들어섰지만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인종·정치적으로 불만이 계속 쌓여왔다고 증언한다.

그러다 2019년 정부가 오랫동안 원조를 받아오던 대만과 단교하고 지원을 늘리는 중국과 수교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친대만 성향의 말라이타섬은 이 결정을 극렬히 반대하며 독립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말라이타섬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지원받았다.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친중’ 소가바레 총리 퇴진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총리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 그는 최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퇴진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중국과 외교를 원치 않는 국가들이 시위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