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비대면·디지털화, 점포 축소를 동반한 인력 효율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받았고, 452명의 임직원이 희망 의사를 드러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또한 조만간 희망퇴직 대상자와 규모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대구·부산 등 지방은행 역시 연말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씨티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까지 합해지면,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는 4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연간 2~3000명대 희망퇴직 규모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인원은 늘었는데, 신규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은 깜깜무소식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하반기 공채 또한 진행하지 않았고, 수시·상시 채용으로 인력을 충원했다. 하반기 공채를 진행했던 국민·신한·농협은행조차 채용 규모가 2년전과 비교해 많게는 200명 가량 축소됐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신입 채용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촉발된 은행 서비스의 비대면화,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핀테크와 경쟁을 위한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등은 인력 효율화와 신입 채용 절벽의 기폭제가 됐다.
채용시장에선 디지털·IT 분야 지원자가 주인공이다.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건 은행들이 현장에 바로 투입할 디지털·IT 인재를 찾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들은 신입보단 경력자를 선호하고, 수시·경력채용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어 경력 없는 ‘진짜’ 신입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디지털·IT 관련 전공자가 아닌, 일반 행원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더욱 암울해졌다. 이에 은행권 취업준비생들은 “경력 없는 신입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냐”고도 토로한다. 최근에는 인재 채용마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신입 채용 확대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