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소비자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시대 흐름에 더 민첩하게 반응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내수 산업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유통 기업들은 보수적이라는 인상도 같이 보유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 했던 셈이다. 그런 업계가 재작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변화에 절박한 심정을 갖게 된 것은 사실 예정돼 있던 상황이 앞당겨 진 것으로 해석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중심에는 소비자 친화 경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누가 더 빨리 산업을 선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소비자들의 의중을 빨리 파악하고 발 맞추느냐가 결국 모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성공적인 변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모든 기업들이 ‘환경 경영’을 외치며 대형마트와 제조사에서는 페트병의 비닐 라벨을 없앤 생수병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건 기업들이 앞선 것이 아니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있었고, 실제로 무(無) 라벨 생수가 시중에 출시되자 날개 돋힌 듯 팔렸다.
단편적인 예지만, 결국에 유통기업들은 소비자들을 앞서는 게 아니라 가장 먼저 그들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또한 소비자물가 안정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올려야 할 때 역시 고객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도 기업들의 의무다. 사실 이런 것들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서 더 영민하게 대처해야 할 과제다.
여기에 정부 정책이 힘을 실어준다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이제 과감히 철폐할 때도 됐다. 기업들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변혁·미래는 정책에도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가치다.
올해는 지난 2년 동안 다진 변화의 마중물이 본격적으로 효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누가 더 포스트 코로나에 걸맞는 기업이 되느냐는, 사실 누가 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비자 신뢰를 얻느냐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