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요청에 육군 약식심의 변경 승인
"명령 불복 있을 수 없는 일…문책해야"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참 공보실장에 임명된 이 모 대령이 취임도 하기 전에 업무에 부담을 느낀다며 보직 교체를 요청,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정훈공보참모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 조직에서 고위 장교가 인사명령에 반발해 보직 교체를 요청하고, 군이 이를 받아들인 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군 일각에서는 보직교체 요청은 일종의 항명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원하는 보직 교체를 해 줄 게 아니라 문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참 공보실장에는 수방사 정훈공보참모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던 김 모 대령이 유임됐다. 이번 유임결정으로 김 실장은 4년째 합참 공보실장을 맡게됐다. 장교가 한 보직에 4년째 근무하는 것도 초유의 일이다.
이 대령이 합참 공보실장에 임명된 건 지난달 24일이다. 이 대령은 이달 초 합참에 전입해 공보실장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발생한 육군 22사단 ‘철책 월북’ 사태와 5일 있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언론 창구를 맡은 김 실장의 이임이 미뤄진 사이, 이 대령이 원인철 합참의장에게 보직 교체를 요청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대령이 보직 교체를 요청한 이유는 업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원 의장은 이 대령의 요청을 수용, 육군에 보직교체를 요청했고 육군은 정식 인사절차를 거치지 않고 약식 심의를 통해 두 사람의 보직 변경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공보실장은 육군 대령들 뿐만 아니라 해·공군 대령들도 가고싶어하는 요직으로, 선호하는 직위다. 이미 중령 시절 합참 공보실 총괄장교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 대령이 합참 공보실장 업무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육군이 보직 교체를 결정하면서 정식 인사절차를 밟지 않는 것도 석연치않은 대목이다. 육군은 보통 인사과정에서 한 보직에 2~3배 수의 후보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결원이 생길 경우 추가 인사절차를 거쳐 검토됐던 다른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두 사람의 보직만 맞바꿨다.
군 관계자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주어진 임무를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고급 장교가 인사 명령에 불복해 보직 변경을 요청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쉬쉬하며 넘길 일이 아니라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같은 군인으로서 얼굴을 들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며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한다면 만약 전방에 배치된 병사가 보직에 부담을 느낀다며 보직교체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