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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OLED 패널을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 자체도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그 수많은 입씨름은 어디로 갔나 허탈하다. 독일 베를린 가전박람회(IFA),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박람회(CES) 등에서 양사의 기자간담회가 열릴 때마다 OLED TV를 주제로 논쟁이 오갔다. 불과 5년전 만해도 쉽게 볼 수 있던 장면이었다.
디스플레이는 철저하게 ‘승리 기술’이 시장을 독식해왔다. 삼성이 LG의 대형 OLED를 견제했던 것도 OLED 시대 개화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브라운관이 평편디스플레이(PDP)로, PDP가 액정표시장치(LCD)로 시장 변화를 주도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OLED가 LCD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혹은 OLED가 프리미엄 시장을 차지하고 LCD는 중저가로 남을 수도 있다. 다만 OLED가 LCD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진 시일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어쨋든 LG는 OLED를 프리미엄 TV 대표 제품으로 키워냈다. 꼬박 10년이 걸렸지만 해냈다. 글로벌 유력 TV 제조사 대부분이 OLED TV를 최상위 라인업에 배치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LCD에 특별한 필름을 더한 QLED를 프리미엄 TV로 판매했다.
나름의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삼성도 퀀텀닷(QD) OLED를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QD OLED는 초기 수율 문제로 생산 물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LG에 OLED를 공급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 지점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LG전자에 거센 추격을 받았다. 1위는 지켰지만 2위 LG전자와 격차가 좁혀졌다.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대표격으로 인식되는 OLED TV를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삼성전자로선 머쓱하지만 LG와 손을 잡아야 한다. 과거에 뱉은 말로 머뭇댈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