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선을 앞둔 최근 여의도는 ‘혼돈’ 그 자체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거대 양당이 설치한 여러 ‘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하다. 오로지 눈에 띄는 건 한 표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한 ‘포퓰리즘적’ 공약 뿐이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정부가 마련한 추경 14조원이 부족하다며 35조원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50조원을 달라고 못박았다. 당장 3월 대선에서 승리하자고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지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고, 국민연금은 30년이면 고갈된다는 현 상황을 양당이 모르진 않을텐데 말이다.
이날까지 발표된 ‘이재명의 52번째 소확행’, ‘윤석열의 19번째 심쿵 약속’에서 국민들이 어떤 미래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겠는가. 이 후보의 ‘기흥호수 둘레길 조성’, ‘여주 마을급식소 신설’과 윤 후보의 ‘체육시설 소득공제’, ‘택시 운전석 칸막이 설치’ 등의 약속들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미세 공약’이라고 포장된 세금 지원책 대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줄 때다. 남은 대선 기간 의료, 안보, 연금, 출산율, 국가 부채 등 여러 현안들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직접 나서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위기 돌파를 위한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지도자적 자질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선거 막판까지 여야 대선후보의 대표공약이 ‘탈모 건보지원’과 ‘여성가족부 폐지’로 남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