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 카드사로부터 리볼빙에 가입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텔레마케팅 직원은 리볼빙에 가입하거나 해지해도 신용도에 영향이 없고, 나중에 통장 잔고가 부족해 대금 결제를 다 못하더라도 잔액이 이월돼 오히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리볼빙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리볼빙에 대해 잘 모르는 금융소비자라면 가입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금액 중 일부만 우선 갚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미뤄서 결제하는 이월약정 거래다. 최소결제금액을 전체 결제금액의 5~100% 이내에서 설정할 수 있고 당장 자금이 없는 차주들이 주로 사용한다. 텔레마케팅 직원이 말한 대로 리볼빙이 지금 당장 나의 신용도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다만 대출금액이 다음달, 그 다음달로 이월되면서 상환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월되는 결제액에 대해 최대 20% 이자가 붙는다. 상환금액이 점점 커져서 갚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할 뿐 아니라 신용도도 하락한다. 리볼빙 장기 이용자들의 신용도가 낮은 것도 같은 이유다.
리볼빙과 다른 개념인 카드론은 카드사에서 받는 장기카드대출 서비스다. 상환기간을 지정해 매월 일정 금액을 갚아나가는 대출인데, 리볼빙은 카드론보다 금리가 2%포인트에서 최대 6%포인트가량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더 부담되는 서비스는 카드론보다 리볼빙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리볼빙의 장점만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리볼빙 가입시 설명 의무가 강화되었지만 장점만 설명하고 있으니 사실상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는 셈이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이 리볼빙 영업을 강화한 배경은 올 1월부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면서 대출이 줄어들고,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리볼빙은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고 DSR에 포함되지 않아 카드사에겐 좋은 수익원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위해서 리볼빙에 대한 설명 의무도 지키지 않고 가입만 시키려는 것은 문제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직후 임직원을 교육시키고 조직을 개편한지 1년도 안된 상태에서 마치 리볼빙이 좋은 서비스인척 가입시키려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카드사들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