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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은 도미니카가 전날 아이티와의 국경 장벽 건설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장벽 착공식은 도미니카 수도 산토도밍고에서 북서쪽으로 230km 떨어진 다하본 국경지역에서 열렸다. 착공식에 참석한 루이스 아비나데르 대통령은 “장벽 건설로 발생하는 이득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해질 것”이라며 국경을 통한 상품이나 무기, 마약 밀수 등이 줄어들고 양국의 치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나데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암살로 촉발된 아이티의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아이티가 겪고 있는 심각한 제도적·안보적 위기가 국민을 사회·정치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티의 위기는 아이티인들이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 국경 장벽은 두께가 20cm, 높이는 3.9m에 달한다. 또 보안유지를 위해 동작 감지 센서와 카메라 등이 장착되고 감시탑 70개와 출입문 41개도 설치된다. 장벽의 길이는 164km(약 418리)로 양국이 맞댄 육로 국경 392km의 40%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도미니카 정부는 1차 공사에 9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국경 장벽 건설은 도미니카가 아이티로부터 독립한 기념일 2월 27일을 앞두고 시작됐다. 쿠바와 푸에르토리코 사이에 위치한 히스파니올라섬은 서쪽 3분의 1이 아이티, 3분의 2가 도미니카로 이뤄져 있다. 도미니카에게는 아이티가 유일한 ‘육로 이웃’인 셈이다.
도미니카는 1844년 2월 27일 아이티의 지배에서 벗어나 번창을 이뤄왔다. 현재 도미니카는 중미 국가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반면, 아이티는 서반구의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대통령 암살 사건의 여파로 아이티의 정치·사회·경제 상황은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갱단의 폭력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몸값을 노린 납치사건도 급증했다. 지난해에만 최소 950건의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많은 아이티인들이 불안한 국내 치안상황을 벗어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다. 2018년 실시한 이민 조사에 따르면 약 50만명의 아이티인과 수만명의 후손들이 도미니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미니카의 인구는 약 1105만명이다.
다하본 시장은 AFP에 “장벽 건설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장벽은 경제”라며 불법 이민자들의 통행을 허락하고 뇌물을 받은 군인들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