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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 수사의 두 축은 민간 사업자에게 천문학적인 이득을 안겨준 사업 설계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그리고 정치권·법조계 로비 의혹이다. 이 중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4인방이 재판에 넘겨졌다. ‘윗선’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은 있었지만, 주범들의 혐의는 어느 정도 특정된 것이다.
하지만 로비 의혹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있다. 김씨와 정 회계사 대화 녹취록에서 50억 클럽이 구체적으로 언급됐고, 50억 클럽에 속한 인물들의 이름까지 알려졌음에도 수사는 답보 상태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지난해 말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조재연 대법관이 ‘그분’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음에도 검찰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특히 김씨가 현직 A대법관을 가리키며 “‘그분’이 다 해서, 내가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이 녹취록은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으로 앞서 기소된 이들의 재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증거인 만큼, 검찰이 먼저 해당 의혹을 규명해야 했다. 같은 의혹들이 반복해서 제기되는데도 검찰은 허위 사실이나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돈의 흐름을 쫓아가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수사다. 하나은행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도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혐의를 입증할 나름의 물증을 가졌음을 방증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지부진하게 수사를 끌고 있어 수사에 ‘힘 조절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50억 클럽에 대한 나머지 수사는 대선 이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50억 클럽 멤버로 전·현직 대법관의 이름이 거론되는 만큼 사법부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검찰은 발 빠른 수사를 통해 혼란을 해소하고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