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계 용병 400명 이상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정부 요인을 암살하라는 크렘린궁의 명령을 받고 키예프에서 대기 중이라고 영국 언론 더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 해외 분쟁지에서 용병을 동원하는 사기업 와그너그룹은 이런 '특명'을 받고 5주 전 아프리카에서 우크라이나로 용병들을 침투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요리사 출신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대가로 두둑한 상여금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26일 오전 이런 정보를 입수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
더타임스는 몇 시간 뒤 수도 키예프시에 36시간 동안 엄격한 통행금지령이 발효됐는데 러시아 공작원들을 색출할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키예프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러시아 공작원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면서 통금 시간에 바깥출입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와그너그룹의 활동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지닌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모두 합쳐 용병 2천∼4천명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친러 분리주의 조직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배치됐고 다른 용병 400명은 벨라루스에서 키예프로 잠입했다고 밝혔다.
와그너 그룹의 고위 관계자들과 가까운 또 다른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상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잠깐의 휴지기를 원하지만 협상은 결국 결렬될 것이라는 내용이 이들 용병에게 사전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8일 벨라루스의 국경 도시 고멜에서 협상할 예정이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타임스는 용병단이 푸틴에게서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들이 향후 며칠 동안 '살생부'를 처리한 뒤 사례금을 챙겨 이번 주말 전에 우크라이나를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살생부에는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총리와 내각 장관 등 23명의 이름이 올랐고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과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도 포함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 용병은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측근들이 키예프 정확히 어느 곳에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떠벌렸으며 휴대전화 통해 암살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할 능력을 확실히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더 타임스는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한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특수부대가 자신을 '1호 표적'으로 겨냥해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분열을 조성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지목된다.
더 타임스는 이 조직이 러시아 정규군보다 푸틴 대통령의 신뢰를 더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것은 러시아 군대보다 훨씬 이른 작년 12월이라는 소문도 전했다.
리처드 배런즈 전 영국 합동군사령관은 "와그너그룹은 색출하기 매우 어려운 까닭에 아주 효과적"이라며 "어둠 속에서 슬며시 나타나 아주 심한 폭력을 저지르고 다시 사라져 누가 책임이 있는지 확실치 않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러시아 정부와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쉽게 책임을 부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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