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만난 한 30대 주주가 최근 불거진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에 대해 인터뷰 후 대뜸 물었다. ‘재드래곤(재+용, Dragon)’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네티즌들이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이다. “아직 재판 중이라 조심스럽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지만 문득 궁금했다. 떠올려보니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이 부회장을 본 적이 없었다.
삼성전자에 문의해보니 “이재용 부회장이 임원 승진 후 주주총회에 온 적은 없다”고 했다.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이사회의 의장을 맡았던 적도 없다. 의아한 일이다. 미국·유럽 기업들은 창업주의 2~3세들이 경영 일선에서 빠지고 대주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때엔 이사회 의장을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긴다. 대신 배당으로 부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창업주의 후손이자 경영자인데 기업의 한해 최대 행사로 꼽히는 주총에 온 적이 없었다.
미등기 상태인 경영 임원이 주총에 참석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주총에서도 사내이사 내정자인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반도체 사업의 경영 현황을 주주들에게 보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인정한 삼성의 동일인(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총장에 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삼성전자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금융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전년(295만8682명)보다 89.9%나 늘어난 561만4490명이 소유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주총에서 밝힌 투자자 수는 506만명으로 꽤나 줄었지만 말이다. 전국민의 10분의 1이 주주인 ‘국민기업’이 삼성전자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의 한해 실적은 물론 제품, 서비스, 사내 정책, 직원들의 성과급, 노조와 관계까지 전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진다.
더욱이 이번 주총에서는 삼성전자의 근본적 경쟁력을 걱정하는 주주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수많은 질문의 근간에는 ‘삼성전자를 계속 신뢰해도 되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이러한 결정은 회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면 더더욱 주주들과 만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