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일 110주년·한미연합훈련 앞두고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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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장관의 지난 1일 ‘사전 원점 정밀타격’ 발언에 대한 비난 성격이었지만 북한의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군부 1인자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동시에 원색적인 비난 담화를 낸 것은 앞으로 대남 기조를 예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달 김일성 생일 110주년(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25일) 등 북한의 주요 정치일정과 한·미 연합훈련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날 노동신문 4면에 게재한 담화를 통해 “지난 1일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광기를 드러냈다”며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을 향해 ‘미친놈’ ‘쓰레기’ ‘동족끼리 불질을 하지 못해 몸살을 앓는 대결광’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분별 없고 도 넘은 ‘선제타격’ 망발은 북남관계와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우리는 이자의 대결광기를 심각하게 보며 많은 문제들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부부장은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며 “나는 이자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이 담화를 낸 것은 지난해 9월 25일 이후 약 반년 만으로, 한동안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던 김 부부장이 또다시 거친 표현을 쓴 데다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9·19 군사합의 등 남북간 합의 파기 우려가 나온다.
박 비서 역시 김 부부장 담화와 같은 면에 게재된 담화를 통해 “남조선 국방부 장관 서욱이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이라는 자리에 나서서 위험한 망발을 쏟아냈다”며 “남조선 군이 사거리와 정확도, 위력이 대폭 향상된 다량, 다종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허세를 부리면서 우리의 미사일 발사 징후라는 것을 거론해들며 발사원점과 지휘, 지원시설을 선제적으로 정밀타격 할 능력과 태세에 있다고 망언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또 박 비서는 “앞으로도 적을 압도 할 수 있는 장거리, 초정밀, 고위력,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지속개발해 나갈 것이라면서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며 군사적대결의지를 숨김 없이 드러냈다”며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이 미친놈인가 천치바보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박 비서는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있는 현 상황에서 사소한 오판과 상대를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도 위험천만한 충돌로, 전면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있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환경과 지금의 정세 속에서 우리를 겨냥하고 줴친 국방부 장관의 도발적인 망발에서 남조선군부의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광기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하여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비서는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선제타격을 거론하며 우리를 걸고든 이상 나도 우리 군대를 대표하여 길지 않게 한가지만 명백히 경고하겠다”며 “만약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데 총 집중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박 비서는 “남조선 군부는 대결적 망동으로 정세를 더욱 긴장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더 이상의 객기는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거친’ 담화와 관련해 북한이 앞으로 대남 강경 드라이브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과 박정천의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의 4면 상단에 게재된 것은 그들이 앞으로 대남 강경 드라이브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 센터장은 “김여정과 박전천이 ‘미친놈’ ‘쓰레기’ ‘천치바보’와 같은 원색적인 표현으로 서 장관을 거칠게 비난한 것은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3월 26일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적(북한군)이 핵(무기)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남북한 관계가 급 냉각됐던 것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한국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매우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이 선제타격을 결심할 경우 그들이 그것을 미리 탐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전략 자산과 능력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며 “김여정과 박정천의 이번 담화는 한국군에 대한 감시 및 정밀타격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그들의 불안감과 열등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도 없는 대북 ‘선제타격’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보수강경파들 입지를 강화시키고 남북관계를 전쟁 직전의 심각한 상황으로 끌고 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달 예정된 대형 기념행사와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추가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북한은 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정주년)의 주요 기념일마다 무력 시위 등으로 정세를 긴장시켜 체제 결속을 꾀하고 대외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특히 올해 4월은 김일성 생일 110주년 기념일(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일(25일)은 물론 김정은 체제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김정은 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11일)을 맞기도 한다.
이를 전후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이용한 정찰위성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신형 전략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 7차 핵실험 등의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