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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CEO(최고경영자) 선임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는데, 이 또한 금융권에선 '관치 금융'으로 해석했다. 12월 인사철을 앞두고 금감원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은 과도한 월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금감원 인사팀이 최근 내부망에 올린 정기인사 관련 글 때문이다. 금감원은 내달 14일로 예정된 정기인사를 두고 '제로베이스'에서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지난 8월 단행한 수시인사는 젊은 부서장들을 승진시키면서 조직 쇄신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바뀐 부서장들 모두 인사 대상자로 해 연공서열 위주의 원칙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금감원 한 직원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 얘기를 한다"며 이복현발(發) 정기 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발언이 주는 긴장감이 근거없이 작용하고 있진 않다. 라임사태는 물론 올해 우리금융에선 700억원대 횡령이 발생하는 등 금융권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전산장애도 오히려 잦아지고 있다. 금감원도 최근까지 연공서열에 기댄 인사를 진행해오면서 내부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감원과 은행권은 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금융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을 위한 혁신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 잃지 않는 소를 키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내부통제 문제는 내부기강 해이와 맞닿아 있다. 통제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때 금융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 조직 기강 해이를 바로잡기 위해 업무 관행을 뜯어고치고 인사를 바로 잡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원장의 '제로베이스' 인사 원칙은 이 같은 인사 문제와 조직 개선 문제를 금융권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12월 단행 예정인 이 원장발 인사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