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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장애인①-인터뷰] “‘나 아니면 누가 돌볼까’ 그 마음으로 버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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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 김민주 기자

승인 : 2023. 04. 20. 17:30

30여년 중증장애 자녀 돌보며 '그림자 장애인'으로 살아온 어머니들
장애 선고 그날, 눈 앞은 아득해졌지만…"주저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나날이 커졌던 금전·육체·정신적 고통…"부정적 생각 극복이 중요"
그림자 장애인 3인 인터뷰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한순정(71)씨 자택에서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 3명이 모였다. 왼쪽부터 김명희(58)씨, 한씨, 김형남(69)씨. /김형준 기자
자식의 중증장애 선고를 처음 접한 어머니의 절망감은 40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눈 앞이 아득할 정도로 무거웠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기엔 눈 앞의 자식에게 도움의 손길은 너무나 절실했다. 그렇게 세월은 훌쩍 흘렀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에서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 3명을 만났다. 자폐성 장애 1급 조윤제(38)씨를 부양하는 어머니 한순정(71)씨와 자폐성 장애 1급 신의제(37)씨 어머니 김형남(69)씨, 지적장애 1급 아들 강연대(29)씨 어머니 김명희(58)씨는 이른바 장애인의 그늘 속에 있는 '그림자 장애인'이다.

38년 아들의 부양자로 살아온 한씨는 "아들의 장애 증상에 예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좌절했었다"며 "기약 없이 평생을 보낼 생각에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김형남씨도 "처음 한 달은 무기력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계속 잠만 잤다"고 회상했다. 절망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은 모두 "'부모인 내가 아니면 누가 돌보겠냐'는 심정으로 죽는 날까지 자식을 부양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 자녀를 부양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 금전적으로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명희씨의 아들 강씨는 키 183㎝에 몸무게 90㎏ 육박하는 큰 체구를 가졌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화를 내면서 난동을 부리면 제지할 수가 없다. 맞아서 아플 때도 많다"며 "아들을 옮기려면 힘이 많이 들어 어깨도 손목도 너무 아프다. 3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터널 증후군도 앓고 있어 몸이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김형남씨도 "어린 시절부터 아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 행여 떨어질까 항상 노심초사"라면서 "또 아들이 말을 잘 하지 않아서 의사 소통이 힘든데 밖에서 남에게 의사 표현을 잘 하지 못할까 늘 걱정"이라고 걱정했다.

미비한 장애인 이용 시설은 장애인 뿐만 아니라 '그림자 장애인'의 불편을 더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했다. 한씨는 "운동량이 부족한 아들을 데리고 헬스장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사고를 우려한 관리자의 거부로 입장할 수 없었다"며 "수영장을 데려가고 싶어도 혹여 물속에서 실례를 하면 민폐니 포기했다. 결국 공원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많이 생겨 눈치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긴 세월 '그림자 장애인'으로 버텨온 어머니들은 다른 장애인 부양자들에게 도움이 될 말도 남겼다. 그들은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버릇이 들기 전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며 "비장애인 어머니들이 입시학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듯 일상을 공유할 수도 있다. 서로 교류하며 위안을 얻고 상담도 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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