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22일(현지시간) 수단에 있던 자국민과 외국인 등 157명이 사우디 서부 도시 제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단 동부의 항구도시 포트수단에서 제다로 가는 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은 지난 15일 수단 정부군과 다른 군부인 신속지원군(RSF)의 충돌 이후 외국 민간인의 대규모 철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번에 제다에 도착한 외국인들은 외교관과 정부 관리 일부를 포함한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인도, 불가리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캐나다, 부르키나파소 등 12개국의 국민들이라고 설명했다.
군부 RSF 측에 따르면 미군도 이날 6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자국 외교관과 가족 등을 국외로 대피시켰다. RSF는 미국 측의 철수에 적극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외 요르단 역시 자국민 300명의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하는 등 각국의 대피가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수단 정부군과 RSF가 합의했던 사흘(21∼23일)간의 '이드 휴전'이 무산되면서 하늘길로 철수하려는 국가들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군 측은 수도 하르툼 국제공항과 서남부 니얄라 공항을 제외한 모든 공항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주장했으나 교전이 계속되고 있어 안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용기를 지부티 등 인근 국가에 대기시키고 있는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은 수단 영공이 다시 개방되고 공항까지 이동 과정의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자국민들을 철수시킨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외국인들 외에도 수단인들이 단전, 단수, 식량부족 등으로 고통을 받다가 대규모 피란길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1만∼2만 명이 인접국 차드로 넘어왔다.
이번 분쟁의 당사자인 정부군 1인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지난 2019년에만 해도 쿠데타를 함께 일으킨 협력 관계였으나 2021년 부르한이 재차 쿠데타를 일으킨 뒤로는 군 세력 간의 통합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부르한 측은 RSF를 반군으로 규정하며 해산을 명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