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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외교부는 이날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를 잇는 유일한 육로인 라츤 회랑에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되고는 있지만 약 12만명의 주민 대부분이 아르메니아인인 곳으로, 상당 부분을 아르메니아계 자치 정부인 아르차흐 공화국이 통치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아르메니아와 전쟁을 벌여 아르차흐 공화국 영토 일부분을 점령한 바 있다. 라츤 회랑의 경우 러시아의 중재로 양국이 휴전에 합의한 뒤로는 러시아 측 평화유지군의 관리를 받아 왔다.
이번 검문소 설치는 아르차흐 공화국에서 아르메니아로 가는 길을 끊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자치 정부와 아르메니아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문소 논란에 이어 이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상대방의 선제 공격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고 서로 주장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병사 한 명이 아제르바이잔 측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부인하고 아르메니아군이 자국 부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에 따르면 이번 검문소 설치는 아르메니아 군 병력이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불법적으로 순환 배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측은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무기, 탄약 운반과 천연자원 밀거래 등을 행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아르메니아 외교부는 검문소 설치가 라츤 회랑에서 시민과 차량, 화물의 양 방향 통행을 보장하기로 한 2020년 휴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아르메니아 측은 검문소가 라츤 회랑의 자치 상태를 끝내는 것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인종 청소를 하려는 준비 단계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성명을 내고 아제르바이잔의 검문소 설치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할 것으로 촉구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앞선 휴전 합의를 중재했던 점을 들어 러시아 정부가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