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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궁지 몰린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의회 해산 물귀신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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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05. 18. 16:09

남은 임기 포기, 조기 대선·총선에 혼란 예상
ECUADOR-POLITICS/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수도 키토에 있는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의회 해산권을 행사했다. 자신이 물러나면서 의회를 해산해 대선과 총선을 새로 치르도록 하는 조치로 현지에서는 이 권한을 '동반 사망'이라고 부른다.

라소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TV 방송을 통해 "저는 오늘 헌법 148조에 명시된 국회해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무책임한 입법부의 정치적 위기 초래와 내부 소요 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2021년 5월 취임한 라소 대통령은 이날 해산권 발동으로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법령에 따라 6개월간 더 직을 유지하다 퇴임하게 됐다. 에콰도르 의회가 앞서 라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한 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더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라소 대통령은 1979년 에콰도르가 민주화한 이후 탄핵 심판을 받게 된 첫 대통령으로, 의회는 경제난에 대한 책임에 더해 부패 조사에 대한 개입, 시위대 강경 진압, 공금 유용 의혹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라소 대통령은 의회에 출석해 자신과 연관된 각종 범죄 의혹에 대해 반박하며 탄핵 부당성을 주장했다.
에콰도르 국회(재적의원 137명)에서 중도좌파 계열 야권은 87석으로 탄핵에 필요한 92표에 다소 못 미치지만, 라소 대통령은 연설 직후 분위기를 뒤집기 힘들다는 기류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라소 대통령은 중도우파로 소속당은 현재 13석에 불과하다.

결국 라소 대통령이 이날 선제적 조치를 하면서 탄핵과 관련한 절차는 종료되게 됐다. 규정상 선관위는 국회해산권 효력 개시 일주일 안에 대선 및 총선 일자를 확정해야 한다. 선거는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연내 치러질 전망으로, 조기 선거에서 선출되는 사람들은 동반 퇴진하는 라소와 의원들의 잔여 임기(2025년 5월)를 채운다.

다만 갑작스런 대선과 총선을 치르게 된 에콰도르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최대 원주민 단체 에콰도르토착인연맹은 의회 해산권 발동시 전국적인 반발 집회를 예고한 바 있다. 에콰도르 군·경은 대통령궁과 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시설물에 대한 경비·경호 강화 태세에 나섰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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