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조금 가까운 사이라면 한두 가지 질문이 더해진다. "'김남국 사태'(코인 의혹 사건)의 끝은 어디일까?",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느 당이 의석수를 가장 많이 거머쥘까?"
정치 얘기야 호사가들의 영역이고, 정국 향배는 때가 되면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은 올해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 전망이다.
서울 집값은 하락을 멈추고 반등할까. 전국 집값 바로미터인 서울 주택시장 향방을 묻는 것이지만, 정작 질문의 밑바닥에는 집값이 이제 본격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배어 있다. 그도 그런 것이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추락하던 아파트값은 낙폭이 줄고 있고, 매매 거래도 제법 잘 된다. 강남 등 일부 지역과 단지에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낮췄던 호가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초까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값이 곤두박질친 것을 떠올리면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세금·거래·대출·청약 규제가 대거 풀린데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 인상도 둔화하는 등 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많이 바뀐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몇 개월 새 집값이 많이 떨어진 것도 매수세를 끌어들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 정도의 가격이면 사도 큰 손해는 안볼 것 같다"고 생각한 대기 수요가 급매물을 집어삼키면서 '가격 저항선'이 생긴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바닥을 다지고 본격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시장 속내를 들여다보면 바닥을 논하기는 섣부른 감이 있다. 비록 시장에 온기가 도는 건 맞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고, 이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미지수다. 집값 상승과 거래 증가를 반겨야 할 현장의 공인중개사들도 '바닥론'에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다. 높아진 대출금리 수준과 장기간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 국내외 경제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 꾸준하게 오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섣부른 집값 상승론은 경계해야 한다. 일부 지역과 단지의 국지적인 현상만 보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면 안된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주택시장을 비관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해서도 안된다.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다. 한 쪽에 쏠려 극단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눈 앞의 숫자(집값 변동률)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시장을 둘러싼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중장기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시장을 멀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