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매체 웨스트프랑스와 레제코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석기 유적지 중 일부에 대형 상가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대상이 된 곳은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에 위치한 인구 4000여 명이 사는 소도시, 까르낙(Carnac)이다. 까르낙은 영국의 스톤헨지처럼 거석과 열석으로 대표되는 도시다. 이곳엔 7000년 된 거석이 3000여 개 있으며, 특히 거석들이 줄을 맞춰 일렬로 놓여있어 타지역의 거석들과 차별된다.
문제는 단순히 시청으로부터 건설 허가증을 받았다거나 공사를 막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토지 기반을 닦고 건물을 올리고 있는 단계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대형 셀프 공구점 체인을 운영하는 SAS사는 이미 까르낙시로부터 공사 허가를 2022년 8월에 받아 기초공사를 끝낸 상황이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일 까르낙 시민인 크리스티앙 오벨츠가 명승고적협회의 책자에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라는 기고문을 게재한 이후부터다. 오벨츠는 기고문에서 '브르타뉴 지역 출신 고생물학자인 이브 코펜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브 코펜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종인 루시의 화석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사회와 고고학계는 어떻게 까르낙시가 중요 유적이 위치한 곳에 건설 허가권을 줬는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 상가 건물이 건설되고 있는 자리는 프랑스가 199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카르낙 신석기 유적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 또한 DRAC(문화부의 지역 분관)이 2015년부터 발간한 온라인 책자에도 고고학적 위치로 지정돼 있다.
SAS사는 지난 2014년 12월에도 같은 지역에 대한 건설 허가권을 요청한 바 있지만 고고학회의 자문 결과 유적으로서의 중요성이 입증돼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자문 결과와 달리 SAS사측은 "지난번 건설 허가 요청이 기각된 이유는 유적 때문이 아니라 생태학적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건설 허가권을 발부한 올리비에 르픽 까르낙시장은 "건설 허가권은 신중하게 법적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발부된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만큼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에서 벌어진 난개발 논란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