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우크라와 상황 비슷해도 추상적으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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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는 11개 EU(유럽연합) 회원국의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냉전 구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에서 유럽인의 43%가 중국을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필수적인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경쟁자' 혹은 '적'으로 보는 이들의 비율은 각각 24%, 11%로 두 응답을 합쳐도 파트너라고 답한 비율을 넘지는 못했다.
타임은 이번 설문결과가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을 경쟁자(52%) 혹은 적(38%)으로 규정한 미국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울러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잠재적 충돌에 자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유럽인의 62%가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은 강대국에게 주권을 위협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대만이 처한 상황이 비슷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유럽인들이 러시아를 유럽 내 적으로 간주하지만,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파벨 제르카 유럽위원회 국제관계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럽 시민들은 여전히 대만 및 중국 문제에 대해 추상적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 문제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라며 "우크라이나는 국경 바로 옆에서 공격 받고 있지만, 대만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며 논의 자체도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대중뿐만 아니라 EU 회원국 지도자들도 중국에 대한 입장 차를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방중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을 추종자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대만에 대사관 격인 '대만 대표처'를 개설한 리투아니아의 비난이 거셌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유럽의 입장이 강경해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타임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경우, 유럽인의 41%가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도 중국 제재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르카 수석연구원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유럽인 대부분은 러시아를 경쟁자나 적이 아닌 파트너로 보고 있었다"면서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이 확고해졌듯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만을 두고 전쟁이 발생하기 전까진 미중 경쟁에서 유럽인들이 확실히 미국의 편에 설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