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1)은 이날 벨라루스의 중재로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중단하고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떠나면서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여유있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들은 반란군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다가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푸틴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청년기에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장기간 복역한 뒤 요식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이뤘다. 푸틴 대통령이 타국 정상들과 함께 그의 식당을 찾으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은 프리고진은 자신의 사업을 지키기 위해 일종의 사병을 키웠고, 이것이 현재 바그너그룹의 모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MC(민간군사기업) 바그너'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바그너그룹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전까지는 특수부대 출신 전투원 5000명가량을 보유하고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현지 정권의 안전을 책임지며 자원 채굴 등에 관여해 수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규모가 급격히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바그너그룹이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갖춘지는 불분명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지난 1월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5만명의 전투원을 지휘하고 있으며 전쟁에서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도 바그너그룹은 전투원 5만명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중 4만명은 교도소 수감자였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죄수 혹은 전직 러시아군 출신인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전반적으로 강인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바그너그룹은 현재 오랜 전쟁에 지친 러시아군보다 좋은 장비를 갖췄고 사기도 높은 상태라고 텔레그래프는 평가했다. 바그너그룹은 다수의 탱크를 포함한 기갑 병력과 전투기를 운용하며, 녹슨 장비와 구형 군복을 받는 러시아군보다 잘 무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수개월간 전투를 벌이며 바그너그룹이 상당수의 병력을 잃었다는 관측도 있다. 프리고진은 앞서 전투요원 규모를 2만5000명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군이 상당한 타격을 입긴 했지만 바그너그룹의 모스크바 진격이 성공했을지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번 반란이 바그너그룹의 힘을 파악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