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현재까지 폭발물 발견 못해…추가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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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포리자 원전 상황이 매우 긴장돼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을 겨냥한 사보타주(파괴공작)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 지붕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설치했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연설에서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 지붕에 '폭발물과 유사한 물체'를 설치했다"면서 "이는 원전 공격을 위한 모의 실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군 당국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 측이 자포리자 원전의 3번과 4번 원자로 지붕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들은 이전부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공격 받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의 일환으로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러시아 분석가 캐럴리나 허드는 러시아가 핵위기와 관련된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려, 자포리자에 대한 반격 작전이 어렵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IAEA는 현재까지 자포리자 원전 부지 내 폭발물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자세한 조사를 위해 접근 권한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하는 IAEA의 전문가들이 최근 몇 주 동안 냉각수 저장 시설 등 부지를 정기적으로 둘러봤지만, 현재까지 지뢰 혹은 폭발물 등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 전문가들이 폭발물 설치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추가 접근을 요청했다"면서 "특히 3번, 4번 원자로의 지붕과 터빈실, 냉각시스템의 일부에 대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IAEA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보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 인근 드니프로강 동안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6기는 모두 '냉온정지(cold shutdown)' 상태로 전환되며 가동이 중단됐지만, 인근에서 전투가 끊이지 않아 방사능 유출 우려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인근 카호우카 댐의 폭발로 원전에 냉각수를 제공하는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핵재앙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