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T커머스가 TV홈쇼핑처럼 생방송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해프닝으로 끝난 적 있다. 그러나 최근에 업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어 긴장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실상 구별점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낡은 규제는 완화해줘야 한다는 게 T커머스의 입장이다. TV홈쇼핑 업계는 엄연히 사업권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두 업계 모두 저성장에 실적 침체를 겪고 있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려는 점은 십분 이해된다. 다만 의문은 낡은 규제를 이유로 제시한 생방송이 정말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최근 TV홈쇼핑산업협회가 펴낸 자료를 보면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은 지난해 절반도 채 되지 않은 49.4%에 불과했다. 점점 TV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들어가면 송출 수수료 문제가 동반된다. 매해 홈쇼핑 업계는 송출 수수료에 몸살을 앓아왔다. 보통 좋은 채널은 지상파 채널 사이로 통하는데 이 자리라도 점해야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방송 매출 비중은 떨어지는데 수수료는 매년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그나마 뒷자리였던 T커머스까지 가세하면 수수료는 더 인상될 것이라는 홈쇼핑 업계의 우려는 경쟁자를 견제하는 막무가내의 논리라고만은 할 수 없다.
산업이 변화하면서 각 사들의 기존 영업 방식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은 당연하다. 그래서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활성화하고, 상품을 다양화하고, 여러 신사업을 고안해 왔다. 그럼에도 산업이 어려워진다면 그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역시 동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생방송 관련 규제를 풀었을 때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을 다각도로 검토해 보는 것은 물론 업계가 늘 주장하는 과도한 송출 수수료의 협상 과정 역시 이번 기회에 면밀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유관부처와 업계가 이 고비를 새 소비 환경에 발맞추는 기회로 삼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기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