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위협 증가에 폴란드 국경지대 병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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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매체 더 썬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바그너그룹을 벨라루스에 배치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아킬레스건'인 수바우키 회랑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썬에 따르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군 예비역 연대장 겸 하원의원은 최근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군을 훈련하려 벨라루스로 간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다. 수바우키 회랑도 있다"고 언급했다.
카르타폴로프 연대장은 "유사시 우리는 수바우키 회랑이 매우 필요하다"며 "바그너그룹은 이 지역을 수 시간 내에 점령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수바우키 회랑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약 100km의 육상통로로,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이전부터 폴란드 영토인 수바우키 회랑에 눈독을 들여왔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나토와 EU(유럽연합)에게도 역사적인 요충지로 꼽힌다. 수바우키 회랑은 폴란드 등 나토 동맹국과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이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통로로, 수바우키 회랑이 러시아의 통제하에 들어가면 발트3국과 나토는 사실상 분리된다.
외신들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바그너그룹이 수바우키 회랑을 공격할 경우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헌장 5조에 따라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며, 이 곳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았다.
벨라루스 주변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나토는 폴란드와 발트3국의 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폴란드는 벨라루스 국경에 1000명의 병력과 200대의 군용차량을 확대 배치했다고 밝혔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우리나라 국경의 안전을 뒤흔드는 시도에 대응할 준비가 돼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도 리투아니아에 4000명의 병력을 증파하기로 했다.
한편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대거 벨라루스로 이동해 주둔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안드리 뎀첸코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바그너그룹의 움직임이 관측됐으며 그들은 벨라루스에 있다"고 확인했다.
스타니슬라브 자린 폴란드 특임조정관 대행도 폴란드 정부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 규모를 수백명 정도로 추측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지난 14일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수도 민스크에서 동남쪽으로 90km가량 떨어진 소도시 아시포비치 인근 군사지역에서 벨라루스 장병들을 교육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용병들과 함께 벨라루스 캠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