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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와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간 정상회의에서 중남미 현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확장에 대한 경계가 불러온 EU의 외교 관계 조정 작업이라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는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에 따라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 450억 유로(약 64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EU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응해 내놓은 공급망 강화·무역 활성화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EU와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가 서로에게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이들 공동체가 직면한 과제로 코로나19 사태 후유증,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중국의 해외 영향력 확대를 언급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에서 EU는 최대 해외 투자자이지만 이 지역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로이터 통신은 EU 당국자들이 8년 만에 개최된 이번 EU-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를 그간 소홀히 했던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를 재활성화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전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유럽인들이 거만했다"며 EU가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일에는 발빠르게 나섰지만 다른 지역의 관심사에는 반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EU가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규탄하는 일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카라과는 규탄 성명 채택에 관한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볼리비아와 쿠바, 엘살바도르는 기권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때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서방에 있다는 주장을 했던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이런 주장을 반복하진 않았지만 "경제·사회 프로그램에 쓰여야 할 자원이 전쟁에 쓰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에둘러 지적했다. 다만 룰라 대통령 역시 이번 회의에서 남미공동시장(Mercosul)과 EU 간 자유무역협정을 올해 안에 체결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경제적 협력은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