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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정부가 올해 초 입찰에 들어온 북해 석유·가스 사업권 100여건을 검토 중이며, 가을에 허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백건의 허가를 더 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해 석유·가스 신규 개발로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도모하고 고용을 늘리는 한편, 적대국에 대한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보를 한 단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떻게 에너지를 무기화하는지 목격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안보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영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37%였다.
아울러 수낵 총리는 이번 신규 사업 허가 계획이 영국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와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에너지원의 4분의 1 이상이 여전히 석유와 가스일 것"이라며 "국내 생산 에너지를 쓰는 것이 에너지 수입보다 4분의 1 혹은 3분의 1 정도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낵 총리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북부의 탄소 포집·저장(CCS) 단지 두 곳을 신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2000만~3000만t을 포집해서 지하에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집권하면 북해 시추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는 집권 보수당의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위기 동안 영국을 서유럽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낵 총리의 취약하고 혼란스러운 정책은 영국의 에너지 안보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며, 우리의 기후중립 약속을 망칠 것"이라며 푸틴과 마찬가지로 화석연료를 고집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영국 구호단체인 옥스팜의 기후변화 정책고문인 린제이 월시는 수낵 정부의 이번 발표는 "위험할 정도로 일관성 없는 기후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해에서 더 많은 화석연료를 추출함으로써 저탄소 및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하는 영국의 기후공약이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그린피스는 탄소 포집에 대해 석유·가스 회사들의 위장환경주의(Green Washing·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기후변화 관련 논의를 양극화시키고 정치적으로 싸게 표를 얻으려는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